피격 말레이기 탑승권 없어 일가족 목숨 구해…생과 사의 갈림길

입력 2014-07-18 16:27
사진=연합뉴스 제공

피격된 말레이시아항공을 타려다 가까스로 피해간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사는 한 부부는 아기를 데리고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피격된 말레이시아항공 MH17기를 타려다 탑승권을 구하지 못해 목숨을 건졌다고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이 전했다.

배리 심씨 가족은 MH17기 탑승권을 예약하려 했으나 빈 좌석이 없어 나중에 출발하는 네덜란드 KLM 여객기를 예약했다.

이들 부부는 말레이시아 여객기 추락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누군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MH17기에 타서는 안 된다고 말했음이 틀림없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부인은 공항으로 가는 길에 사고 소식을 들었다면서 “택시 안에서 울었다. 제2의 삶을 얻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심씨는 “아내가 격추 재발 위험을 우려했지만 벼락이 같은 곳에 두 번 치지는 않는다는 심정으로 KLM기를 탔다”며 “아내는 지금 여객기, 특히 쿠알라룸푸르행 여객기 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들 외에도 피격 항공기를 피해 목숨을 건진 이는 또 있다. 호주 애들레이드에 사는 한 여성은 사고 비행기를 타려했으나 시차 적응을 고려해 일정을 하루 앞당겼다며 “당초 계획대로 출발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을 것을 생각하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두려움에 떨었다.

사망한 탑승객 가운데 한 명으로 추정되는 네덜란드 남성은 여객기가 추락하기 불과 수시간 전에 활주로에 있는 MH17기를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친구들은 이 사진에 “여행 잘 다녀오라”는 댓글을 올렸으나 사고 소식을 들은 후에는 “영면하기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이 남성은 여자 친구와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