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걷기’였다.
지난 4월16일 침몰하던 세월호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 온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16일 오후 국회에 걸어서 도착했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까지. 폭염 속 1박2일, 땀과 눈물 속 47㎞ 순례였다.
익명을 요구한 단원고 학생 대표는 “이렇게라도 안 하면 친구들한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기에 이렇게 나섰다”라고 말했다. 친구는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친구들을 말한다.
평범하게 대해달라는 말과 함께 지난달 25일에야 등교를 시작했던 생존 학생들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감수하고 거리로 나선 건 세월호 참사 철저 진상규명과 여야의 특별법 제정 합의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생존 학생들 이외에 세월호 사망자 생존자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14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특별법 제정 염원을 담은 350만명의 서명도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제출했다.
SNS에선 교복 차림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행렬을 숙연하게 맞이했다. 트위터리안 @loveygs는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의 진실을 위한 도보 순례”라면서 관련 사진을 보냈다. 노란 우산을 든 단원고 학생들 양 옆으로 시민들이 노란 팻말을 들고 서 있다. 팻말엔 “얘들아 사랑해”라고 적혀있다. 한 줄로 늘어선 학생들 옆으로 사람들은 그저 입을 다문 채 박수갈채만 보내고 있다. 눈빛들이 촉촉하다.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역시 트위터를 통해 “수많은 분의 응원과 격려를 받았다”라며 “같이 걷는 시민은 어느새 300여명이 됐다”라고 전했다. ‘미안하다 그리고 잊지 않겠다’는 말들은 폭염으로 달궈진 검은 아스팔트에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퍼져 나갔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세월호 참사] 살아남은 학생들의 47㎞ 걷기 “이렇게라도 친구들에게…”
입력 2014-07-16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