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근 문화체육부 장관이 자진 사퇴했다. 지난 달 13일 후보자로 지명된 지 33일 만이다.
청와대가 지명 철회한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이상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 후보자의 낙마는 결국 ‘청문회 위증’이 결정타가 됐다. 거기에다 정회 기간 ‘폭탄주 회식’ 논란은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방송 앵커 출신으로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경기 파주 갑에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패한 경력이 있고, 지난 3월 아리랑 TV 사장으로 임명된 지 3개월 만에 상급 부처 장관으로 ‘깜짝’ 지명돼 눈길을 모았다.
당초 청문회를 앞두고 과거 음주 운전 논란, 대선 당시 야당 인사들에 대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막말·이념편향 논란이 검증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장관 후보자 중 새정치민주연합의 낙마 공세 우선순위에서는 비켜있었다. 새정치연합의 ‘2+α낙마’ 목표의 타깃 2명이 김명수 교육장관 후보자와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병기 후보자는 청문회를 거치면서 논란에서 벗어난 반면 정 후보자의 경우 검증과정과 청문회를 거치면서 의혹을 증폭시켜 결과적으로 낙마의 길을 자초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담에서 정 후보를 김명수 후보자와 함께 지명 철회할 후보 2명으로 꼽을 만큼 논란의 인물로 떠올랐다.
정 후보자는 이렇게 주목을 받은 상황에서 열린 10일 인사청문회에서 ‘위증 논란’으로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정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오전에는 일원동 아파트에 실제 거주했다고 했다가 새정치연합 유인태 의원의 추궁에 오후에는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해 버렸다”며 말을 바꾼 것이다.
야당은 이를 문제 삼아 청문회 진행을 거부했고 결국 청문회는 정회되며 파행을 보였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 후보자는 자신의 위증논란으로 청문회가 정회된 와중에 국회 앞 한 식당에서 ‘폭탄주 회식’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흘러갔다.
그동안 그를 옹호하던 새누리당에서조차 ‘부적적’ 여론이 확산되기 시작했고, 당 지도부 인사들은 “청와대가 판단할 일”이라며 방어막을 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후 침묵하던 정 후보자는 15일 박 대통령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으로 회생하는 듯 했지만 이미 돌아서버린 민심 앞에 결국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
‘논란의 핵’ 정성근, 임명에서 사퇴까지 33일
입력 2014-07-16 1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