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 여성 주교 서품 허용

입력 2014-07-16 11:33
영국성공회가 14일(현지시간) 여성 주교 서품을 허용하는 교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는 영국성공회가 로마가톨릭에서 분리·독립한 지 480년, 여성에게 사제직을 인정한 지 20년 만이다.

영국성공회 주교와 사제, 평신도 의회는 이날 영국 노스요크셔카운티 요크대학에서 공의회를 열어 여성 주교 서품안을 찬성 351명, 반대 72명으로 통과시켰다. 2년 전에도 같은 안건을 투표에 부쳤지만 평신도 찬성률이 3분의 2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 이번에도 평신도 찬성률(기권 제외)이 77%로 가장 낮았다. 주교의 95%, 사제의 87%가 찬성표를 던졌다.

요크대학 곳곳에 모인 여성사제와 지지자들은 여성주교 서품안 통과 소식에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표현했다. 성공회의 수장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이르면 내년 최초의 여성 주교가 탄생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교회와 평등을 위한 위대한 날”이라며 환영했다. 텔레그래프는 “영국성공회가 여성 리더십 논쟁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평가했다.

영국성공회가 압도적 표차로 여성 주교 서품을 허용하긴 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공의회장에서는 투표 전 5시간이 넘는 토론이 벌어졌다. 보수 성향 교인들은 회의장 밖에서 예수의 열두 제자가 모두 남성이었다며 여성 주교 허용에 반대했다.

세계성공회의 모체인 영국성공회는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성공회에서는 이미 여성 주교 서품이 허용됐으며 미국성공회는 최고 지도자가 여성이다.

신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