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죄송합니다”… 이런 공무원만 있다면

입력 2014-07-15 15:02
사진=음성군청 홈페이지 사진 캡쳐

“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농민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정문을 지나며 하늘을 원망했다.”

충북 음성군의 한 공무원이 우박 피해를 입은 농민들에게 미안함을 전하는 한 편의 글이 감동을 주고 있다.

이글은 농정과의 업무를 총괄하는 김장섭(65) 농업기획팀장이 14일 내부 전산망 게시판에 ‘미안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인데, 15일 오전까지 조회수가 수천 건을 넘고 있다.

김 팀장은 이글에서 “이번 우박은 ‘얼음 덩어리의 습격’이라고 표현할 정도”라며 “농민들이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농민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생계대책을 바라는 농민의 절박함을 이해하면서도 관련 규정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죄스럽다”는 안타까움을 덧붙였다.

그는 이어 “예년의 우박은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지 않아 농민들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호미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번 우박피해 면적은 800㏊가 넘고 채소는 대공만 남겼으며, 과수나무는 껍질까지 박살이나 심각하다”고 걱정했다.

그는 “(농민들이) 사기를 회복해 예전처럼 환한 얼굴로 서로 마주 보고 음성군 농업의 미래를 그려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고 끝맺었다.

앞서 음성군에서는 지난달 10일 오후 내린 우박으로 1000여 농가가 855㏊의 피해를 봤으며 농민들은 정부의 적절한 피해보상 대책을 요구하며 지난 10일부터 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 글을 본 다른 직원들은 “상처받은 농심이 회복되길 기대한다” “힘내세요. 이 말 밖에 할 수 없어 미안하다” “피해보상 특별법이 만들어져 보상되길 바란다”는 등의 댓글을 올렸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