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2년 안에 대외 채무국에서 채권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정용 한은 국외투자통계팀 과장과 구현회 조사역은 14일 발간한 ‘최근 우리나라의 국제투자 균형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주가·환율 변동성이 크지 않다면 한국이 1∼2년 내 순대외자산 국가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채무보다 채권이 많은 순대외자산 국가가 되면 대외 신인도가 좋아져 한국 정부는 물론 기업의 경제력을 평가받을 때 유리하다.
한국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4년 말 이후 계속해서 대외부채(외국인투자)가 대외자산(대외투자)보다 많은 ‘순대외부채국’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9월 2139억달러에 달했던 순대외부채 잔액은 올해 3월 말 현재 43억달러로 크게 줄어 균형 수준에 가까워졌다.
순대외부채가 감소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경상수지 흑자는 2008년 32억달러에서 2010년 289억달러, 2012년 508억달러, 지난해 799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6년 만에 흑자규모가 25배 증가한 것이다.
생산비용 절감과 대외 직접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도 원인이 됐다.
한국의 대외직접투자 잔액은 2007년 748억달러에서 2013년 2287억달러로 3배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은 해외로부터 1745억달러의 직접투자를 받아 해외에 투자한 금액이 542억달러 더 많았다. 민간을 비롯해 국민연금 등 공적기금도 해외 투자를 늘려왔다. 해외증권 투자 잔액은 2008년 166억달러에서 2013년 말에는 900억달러로 증가했다.
경상수지가 계속해서 흑자였음에도 한국이 순대외부채국 상태였던 것은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투자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가 상승과 원화 절상(원화가치 하락)으로 외국인이 투자한 자산의 평가액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이정용 한은 과장은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주식 투자는 원화 절상과 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외국인투자 평가액이 크게 늘어날 경우 당분간 대외자산·부채가 균형 수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과장은 “한국은 전체 외국인 투자에서 주식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8.9%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면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면 외환시장 건전성이 나빠질 뿐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에도 큰 충격을 미치게 되므로 외국인투자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한국, 1∼2년 내 다른나라에 줄 돈보다 받을 돈 많아진다
입력 2014-07-14 14:32 수정 2014-07-14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