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 여친 집에 휘발유를…애인 언니 숨져

입력 2014-07-14 13:50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국민일보DB

헤어지자는 말에 애인 집에 불 질러 사상자를 낸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헤어지자는 애인의 집에 방화해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을 다치게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로 정모(3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13일 오전 4시15분쯤 여자친구 A씨(26)가 사는 주택에 불을 질러 A씨의 언니 B씨(30)를 숨지게 한 혐의다.

정씨는 약 1년간 교제 해온 A씨가 다른 남자가 생겼다며 헤어지자고 하자 배신감에 범행을 저질렀다.

정씨는 일주일 전부터 계획을 짜 범행 전날 인근 무인 주유소에서 휘발유 4∼5ℓ를 9000원을 주고 구입했다. 그는 휘발유를 생수병 3개에 나눠 담아 A씨 집으로 가 열린 방 창문으로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 화재로 B씨가 숨졌고 A씨 역시 온몸에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위중한 상태다.

또 함께 있던 A씨의 어머니(52)와 이웃집에서 잠을 자던 C씨(32·여)는 각각 2도 화상과 찰과상을 입었다.

불은 1400만원(소방 추산)의 재산 피해를 내고 약 20분 만에 꺼졌다.

특별한 직업 없이 인근 PC방, 모텔,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생활하는 정씨는 A씨와 결혼까지 생각하고 교제했지만 약 1개월 전부터 연락이 잘 되지 않자 자주 다퉜다.

그러다 A씨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별까지 요구받자 배신감에 범행을 꾸몄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정씨는 휘발유를 구입할 때 인적사항을 남길 필요가 없는 24시간 무인 주유소를 이용하는 등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며 “불을 지른 후 추적을 피하고자 휴대전화를 꺼 놓고 도망치는 치밀함도 보였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화재 발생 후 “A씨와 남자친구의 관계가 심상치 않았다”는 가족의 진술을 토대로 주변 인물을 수사하던 중 정씨가 범행 당일 새벽 동네 선배 2명과 술을 마신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들을 통해 자수를 권유해 정씨가 이날 오전 5시10분쯤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숨진 B씨의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기 위해 부검을 실시하는 한편, 정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도주 수단, 은신처 등을 캐고 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