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서서평 광주 빛고을문화관에서 11일과 12일 4차례 공연된다.

입력 2014-07-11 17:32
100여년 전 광주지역의 한센병 환자 등 소외된 이웃들을 제 몸처럼 돌봤던 푸른 눈의 선교사 ‘서서평(본명 Elizabeth Johanna Shepping)’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서서평’이 11일과 12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공연된다.

‘길 위에서 서평을 만나다’라는 부제를 단 뮤지컬은 1912년 광주 제중원에 32살의 서서평이 간호사로 부임해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광주 장터에서 순이라는 이름의 아이가 일본인 미우라에게 팔려가는 것을 목격한 서서평은 기지를 발휘해 이 아이를 구해준다. 이후 순이는 생경한 외모의 서서평이 정성을 다해 문둥병(한센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모습에 감명 받아 다른 환자의 치료를 자발적으로 거든다. 100년 전 우리와 함께 광주를 살았던 독일 출신 푸른 눈의 선교사. 아름다운 벽안의 그녀는 광주 제중원을 구심점으로 전라도와 제주지역의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평생 헌신했다. 독신으로 간호 선교사 임무를 띠고 조선에 온 서서평은 조선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사역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서서평은 삶을 마칠 때까지 고무신에 무명치마, 보리밥에 된장국을 즐겼다.

이름 없는 조선의 여성들을 가족처럼 아꼈던 서서평은 1921년 당시 미국 선교부로 자주 보고서를 보냈다. “이름을 가진 조선 여성은 몇 명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돼지 할머니’ ‘개똥 엄마’ ‘큰년이’ 등으로 불리고 노예처럼 남편에게 복종하고 아들을 못 낳으면 소박을 맞습니다. 남편이 외도했는데 도리어 쫓겨나고 팔려다는 게 다반사입니다. 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한글을 가르쳐주는 것이 제게 큰 기쁨을 줍니다.”

조선 여성들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국내 최초의 여성 신학교인 이일학교 설립으로 나타났다. 이일학교는 현 한일장신대의 전신이다. 1926년 그녀가 주도적으로 설립한 조선간호부회는 현재 대한간호협회의 모태다. 광주 양림동을 중심으로 교육과 계몽 활동을 계속하던 그녀는 1934년 6월 불행하게도 영양실조로 죽음을 맞는다.

10일 동안 이어진 그녀의 장례는 눈물바다를 이룬 광주 최초의 ‘시민사회장’으로 기록돼 있다.

서서평은 유산은 담요 반장, 쌀 두홉과 7전의 현금이 전부였다. 시신마저 유언에 따라 세브란스의대에 연구용으로 기증했다. 서서평 선교사는 현재 광주 호남신학대 본관 옆 선교사 묘역에 안장돼 있다. 뮤지컬 서서평 공연은 11일과 12일 오후 4시와 7시30분 2회씩 4차례 진행된다.

나모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하는 뮤지컬 연출은 김은광이 맡았다. 주요 출연진은 서서평 역의 김옥경, 최홍종 역의 박복안 등이다. 광주제일교회 유초등부주일학교 학생들도 무대에 오른다.

광주시기독교교단협의회, 광주교회사연구회, 광주숭일중고, 수피아여자중고, 광주광역시간호사회, 광주CCC, 광주건국중앙교회, 광주동성교회, 광주백운교회, 광주소명교회, 광주서현교회, 광주양림교회(기장), 광주월광교회, 광주중흥교회, 광주향기교회, 주품안에 교회 등이 후원한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