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개최국인 브라질이 들끓고 있다. 브라질이 9일 오전 독일과의 4강전에서 일곱 골을 내주며 참패하자, 팬들은 자국 국기마저 불태우며 항의하고 있다. 1무 2패 역대 월드컵 최악의 졸전을 보이고 귀국한 홍명보호에 엿사탕을 던진 한국 팬들은 여기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SB네이션은 이날 브라질 축구팬들이 자국 국기를 불태우며 대량실점에 분노를 쏟아내는 장면을 보도했다. 수 천 명의 팬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녹색 바탕에 노란 마름모 꼴 브라질 국기 군데군데에 불을 붙였다. 원주민인 듯한 이는 국기가 불태워지는 옆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따봉’ 포즈까지 취했다.
브라질은 이날 오전 5시 벨루오리존치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에서 열린 독일과의 4강전에서 전반에만 5골을 내주며 침몰했다. 누구도 예상못한 패배였다. 후반 역시 2골을 더 내주며 무기력하게 끌려가다 후반 막판 오스카가 1골은 넣긴 했지만 의미 없었다. 1-7 브라질 축구역사에 남을 기록적 패배다. 그것도 안방에서.
경기후 브라질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울었다. 머리를 감싸쥐고 누워버렸다. 브라질 공격수 프레드는 현지 방송에 “팬들이 야유하는 것 역시 축구의 일부다”라며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안좋은 경기를 했고, 독일은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라고 말했다. 참패를 깨끗이 인정한 것이다.
영국 위성방송 BBC는 “브라질 축구 역사 50년 동안 가장 잊을 수 없는 날”이란 헤드라인을 뽑았다. 남미 축구전문가 팀 버커리는 BBC에 나와 “선수들에게 아빠같이 다정하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수업은 이제 끝났다”라고 평했다. 하지만 팬들은 국기를 찢고 불태우며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축구는 그런 것이다.
사진=SB네이션 보도 촬영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엿은 애교…독일에 충격패, 브라질 축구팬들 국기 찢고 불붙여
입력 2014-07-09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