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김기춘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7일 국회에 나와 머리를 숙였다.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서다.
김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청와대 업무보고를 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 등 양당 원내 핵심 지도부가 포진한 곳이다. 국회 일정을 조율하는 동시에 국회사무처를 비롯 청와대를 피감기관으로 한다. 국회에서 제일 중요한 상임위원회다.
김 실장은 업무보고 머리말에서 세월호를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께도 다시 한 번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1명의 마지막 실종자까지 반드시 가족 품으로 돌아오도록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매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피해 규모와 사회적 파장이 워낙 크고 깊어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수습과 후속조치 추진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실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국가안전체계의 재구축을 통해 획기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한편, 공직사회의 대대적 혁신, 그리고 사회에 쌓인 비정상적 적폐 해소로 안전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주어가 빠졌는데, ‘박근혜정부’가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며, 또 앞으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그렇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의미다.
‘왕실장’이란 별명답게 김 실장은 국정 전반을 언급했으며 또 당당하게 국회의 협조도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은 각 부처가 소관 사항에 대해 책임을 갖고 확실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할 것”이라며 “국민이 경제 재도약과 정부 혁신을 통해 박근혜정부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가일층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차원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각종 국정과제와 민생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운영위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고 했다.
김 실장이 ‘조속 통과 협조’를 부탁하며 꼽은 법안은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 안전의 획기적 제고와 국가 전반 개조의 성공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공직자 윤리법, 부정청탁 금지법 등”이다.
김 실장은 국회의 세월호 국정조사에서 청와대의 자료 제출이 거의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선 오는 10일 예정된 대통령 비서실의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서 상세하게 보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운영위는 회의 시작 80여분 만에 정회됐다. 새정치연합이 박근혜정부 2기 내각 인사검증 부실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청와대 김영한 민정수석비서관과 김동극 청와대 인사지원팀장의 출석을 요구했는데, 김 실장이 관례가 아니라는 취지로 못하겠다고 버티면서다. 고개는 숙이지만 버티는 김 실장이다.
김영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 김 민정수석에 대해 “검사시절 맥주병으로 기자를 내리치는 등 본인부터 인사검증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인물로 임명자체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운영위에서 이런 의혹에 대한 해명과 답을 해야하는데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무리한 인사 강행에 대한 책임회피가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한 예는 15년에 걸쳐 2, 3번에 불과하다”며 “운영위원회로 청와대 모든 수석들이 국회에 와 있는 만큼 민정수석이 청와대에서 혹시 모를 급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실장이 언급한 15년에 2~3번 민정수석 국회 소환의 예는 김 실장이 국회의원이었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의 일이다.
결국 운영위는 오후 3시 20분쯤 김영한 민정수석 등의 출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일시 정회했다.
사진=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는 김기춘 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일보DB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국회에서 ‘잠깐’ 머리숙인 김기춘, “세월호로 매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입력 2014-07-07 16:11 수정 2014-07-07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