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회에 노숙자의 인권 실태를 전한 한인 남성이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새 삶을 살게 됐다.
노숙자란 이유로 총상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병원에서 강제 퇴원 당한 것으로 알려진 박모(58)씨에게 지역 사회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조지아주 지역 언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박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애틀랜타 고속도로 주변 숲에서 강도가 쏜 총에 머리, 등, 목 부위 피부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그는 인근 애틀랜타메디컬센터로 이송됐으나 간단한 응급처치만 받고 입원 2시간 만에 맨발에 환자 가운을 걸친 채 다시 거리로 쫓겨났다.
며칠 뒤 박씨의 사연은 현지 유력 언론인 WSB 방송의 보도로 지역사회에 알려져 공분을 낳았다.
분노한 여론은 따뜻한 도움의 손길로 이어졌다. 교회에 다니며 평소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열심인 백인 여성인 히더 하프 씨는 방송 보도를 접하고 페이스북에 박씨를 찾아 도움을 주자는 글을 올렸다.
하프 씨의 글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하프 씨 등 자원봉사자들은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다리 밑에서 흐르는 피를 닦는 박씨를 발견하고 모텔로 옮겼다.
이들은 소독약으로 상처 부위를 닦고 재활 마사지도 해주는 등 정성을 당해 박씨를 보살피고 있다.
이와 함께 박씨 치료와 재활을 위한 성금 모금 운동에 나서 현재 6주간 모텔 생활을 할 수 있는 적지 않은 돈을 모은 상태다.
다른 독지가는 박 씨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구해줄 것으로 알려졌다.
하프 씨는 “나도 힘든 시절이 있었고, 우리 모두는 가끔 도움이 필요한 존재들”이라며 “무엇이 사람을 길에서 쓰러트리더라도 사람은 그가 가던 길로 다시 올라서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우 서툰 영어로 자신은 의정부 출신이며 33년 전 미국에 건너왔다고 미국 언론에 밝혔다.
다만 한국말을 하는 방송 기자의 질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등 한인을 기피하는 모습을 보여 한인들이 구호의 손길을 내밀지 주목된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美 병원서 쫓겨난 총상 한인 노숙자에 구호 손길 이어져
입력 2014-07-07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