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엿을 던졌지만, 축구협회는 면죄부를 선사했다. 대한축구협회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 2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낸 홍명보 감독에게 계속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논란이 거세다.
축구협회 허정무 부회장은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월드컵 부진이 홍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홍 감독을 계속 신뢰하고 지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1998 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월드컵 무승 조별리그 탈락이란 기록에 홍 감독 대신 협회가 연대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허 부회장은 “협회 집행부에서 논의한 바로는 홍 감독이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기간이 부족했다”라며 “준비기간 1년을 부여한 축구협회의 책임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1998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대 5로 지자 나머지 경기와 상관없이 즉각 차범근 당시 감독을 경질했던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차 감독의 중도 사퇴 당시의 한국팀 성적도 이번 홍 감독과 마찬가지로 승리없이 1무 2패였다.
허 부회장은 그러나 협회에서 누가 한국팀 졸전에 책임을 저야 하는 지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대신 구체적 책임소재는 시간을 갖고 대표팀 경기력을 분석해 본 뒤 따져 보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허 부회장은 홍 감독의 사의 표명과 이후 번복 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홍 감독이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3차전이 끝나고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벨기에 선수 1명 퇴장으로 수적 우세였지만, 0 대 1로 패해 H조 최하위로 추락한 그 경기다. 협회는 “사퇴만이 능사가 아니라 이번 경험을 거울로 삼아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을 잘 이끌어 달라고 홍 감독을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후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홍 감독을 만나 유임을 설득했고, 홍 감독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원래 계약기간인 2015 호주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허 부회장은 “홍 감독이 아시안컵을 잘 이끌겠다는 각오를 밝혔다”라고도 했다.
홍 감독은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수비력 부재와 전술 실패, 공격루트 단조 등으로 축구 팬들에게 엿은 물론 ‘근조 한국축구’라는 펼침막까지 선사받았다. 그럼에도 축구협회가 홍 감독에게 면죄부를 내리며 내년까지 대표팀을 맡기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사실상 대안 부재론에 시달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진=국민일보DB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팬들은 엿을, 축구협회는 면죄부를…홍명보 유임 결정
입력 2014-07-03 1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