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국회앞 세월호 가족들의 질문 “왜 정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않았나”

입력 2014-07-02 15:17 수정 2014-07-02 10:25
사진=구성찬 기자, 국민일보DB

세월호 침몰 참사 당일 청와대가 사고발생 5시간이 넘도록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했고,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대통령에게 잘못 보고한 내용을 걱정했다는 해경 상황실 녹취록이 2일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공개된 순간의 이야기다.

세월호 피해 가족들은 또다시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도열했다. 가족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고 우리 곁을 떠나야 했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되어 국민들을 만나러 갈 것”이라며 “오늘 진도에서, 창원에서, 전국을 순회하는 세월호 가족버스가 출발한다”라고 밝혔다. 이들이 버스에 오르는 이유는 국회와 정부에 두 가지를 부탁하기 위해서다. 성실하게 국정조사에 임할 것, 그리고 안전사회를 위한 4·16 특별법 제정에 나서라는 것.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 앞 회견에서 “성실한 국정조사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여야가 세월호 국정조사 세부 합의를 두고 씨름을 하던 당시를 기억하며, “한 달여 전, 우리는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라며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상식을 국회가 인정하는 데에 3일의 시간이 걸렸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렇게 정한 국정조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졸거나 저 하고 싶은 말만 하거나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심지어 방청하는 가족들을 모욕하기도 했습니다”라며 “이러자고 한 달 전 국회에 왔던 것이 아닙니다”라고 밝혔다.

가족대책위는 참사 78일째인 이날도 “밥을 먹다가도, 현관문을 열다가도, 빨래를 널다가도, 마주해야 하는 아이의 빈자리에 물음표가 차오른다”라고 했다. 묻고 또 묻고 싶다는 질문은 이렇다.

왜 정부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지 않았는가. 왜 해경을 비롯한 구조 인력들은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는가. 가슴에 구멍을 뚫었던 전원 구조 오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었던 규제와 안전 점검이 어떻게 한결같이 완화되거나 무시되었나.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면, 수학여행을 보내며 평범한 작별 인사를 했던 우리들이 잘못이었단 말인가.

가족들은 “국회의원들에게 진실을 밝히는 길에 동참할 것을 위해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다시 섰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만히 있다가 숨을 거둔 아이들의 목소리가 되어 국민들을 직접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이들은 “천 개의 바람이 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천만인의 서명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 가족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의 버스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천만서명운동 세월호 가족버스’로 명명되었으며, 참사 100일째가 되는 7월24일까지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세월호 피해 가족들이 2일 국회 앞에서 가진 회견 전문.

사진=구성찬 기자, 국민일보DB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철저한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해 국회는 책임을 다하라

-성실한 국정조사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

한 달여 전, 우리는 이 자리에 있었습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상식을 국회가 인정하는 데에 3일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관보고 일정을 정하는 데에는 3주 가까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정한 기관보고 일정과 장소는 결국 여당의 고집으로 무시되었습니다. 그렇게 정한 국정조사에서 국회의원들은 졸거나 저 하고 싶은 말만 하거나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심지어 방청하는 가족들을 모욕하기도 했습니다. 이러자고 한 달 전 국회에 왔던 것이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가 도대체 어떻게 시작됐으며 왜 이런 결과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우리는 묻고 또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 정부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지 않았는가. 왜 해경을 비롯한 구조 인력들은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았는가. 가슴에 구멍을 뚫었던 전원 구조 오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었던 규제와 안전 점검이 어떻게 한결같이 완화되거나 무시되었나.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면, 수학여행을 보내며 평범한 작별 인사를 했던 우리들이 잘못이었단 말인가.

밥을 먹다가도, 현관문을 열다가도, 빨래를 널다가도, 마주해야 하는 아이의 빈자리에 물음표가 가득 차올라 다른 기억들을 떠올릴 수가 없습니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우리의 외침은 잃어버린 시간을 돌려달라는 절규입니다. 누구도 우리와 같은 고통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입니다. 침몰 사고 당일부터 지금까지 우리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함께 했던 모든 국민들도 진상 규명을 원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생겨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마지막 하나의 물음표까지 버리지 않고 진실을 밝히는 길을 갈 것입니다.

우리는 국회의원들에게 진실을 밝히는 길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다시 섰습니다. 국민의 이름으로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한 책임을 다하라고 호통을 치기 위해 왔습니다. 국회는 두 가지 약속을 해야 합니다. 첫째, 성실하게 국정조사에 임할 것. 국정조사는 참사에 관련된 기관과 책임자들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밝히는 준엄한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빤한 질문과 빤한 대답으로 일관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더욱 큰 책임감으로 국정조사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4.16 특별법 제정에 나설 것. 국정조사 특위의 몇몇 국회의원들만이 아니라 국회의원 모두가 철저한 진상규명에 힘을 모아야 합니다.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버티는 청와대 앞에서 무력한 국정조사로는 부족합니다. 가족과 국민이 참여하는 조사,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기구의 설치로 성역 없는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특별법을 제정해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밝혀야 합니다.

우리는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듣고 우리 곁을 떠나야 했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되어 국민들을 만나러 갈 것입니다. 오늘 진도에서, 창원에서 전국을 순회하는 세월호 가족버스가 출발합니다. 천 개의 바람이 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천만인의 서명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 가족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진실을 향해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달라질 수 없습니다.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참사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발걸음은 무겁고 힘겹지만, 멈출 수는 없습니다.

2014년 7월2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