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세월호 참사당시 5시간넘게 진상몰라…생존자 구조보다 대통령보고 걱정”

입력 2014-07-02 13:59 수정 2014-07-02 10:25
사진=지난 5월19일 세월호 의사자 이름을 호명하며 동시에 해경 해체를 발표하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사진기자단, 국민일보DB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을 쏟으며 내놓은 대국민 담화에서 해양경찰청 해체를 부르짖었던 이유가 나왔다.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우원식 의원은 2일 해경의 사고당일 상황실 유선전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청와대가 “370명이 구조됐다”는 해경의 잘못된 보고를 받고 오후 2시30분까지 진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배가 기울기 시작한 시점(오전 8시46분)부터 계산하면 5시간 40분이 넘도록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에 제대로 된 보고가 접수되지 않은 것이다. 119 소속 수난구조전문요원을 태운 헬리콥터는 침몰 당일 오후 1시쯤 현장에 도착했지만, 해경의 명령이 없어 즉각 투입되지 않았다. 또 헬기의 연료를 넣기 위해 무안공항으로 가는 김에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을 태우고 오는 등 의전용으로 전용된 것도 드러났다. 청와대 해경 해수부, 총체적 난국이었다.

김현미 우원식 두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해경 상황실이 첫 사고 발생 상황 보고를 받은 시점은 오전 9시32분이다.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확인된 배가 기울기 시작한 시점에서 46분 지난 때다.

이어 해경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유선으로 보고한 시점은 오후 1시16분. 이마저도 오보였다. 해경은 청와대에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생존자 370명이라고 한다”며 “진도 행정선에 약 (생존자) 190명이 승선하고 있다고 한다”고 보고했다. 명백한 오보다. 세월호 구조자는 172명뿐이다. 293명이 죽었다. 아직도 11명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해경은 오후 1시42분 또다시 청와대와 통화한다. 이때 말이 바뀐다. 해경은 “370명이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일부 중복이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오후 2시36분 해경은 또다시 말을 바꿨다. 보고에서 “(구조자가) 166명이다”라고 정정했다. 이때 나온 청와대 담당자의 반응이 가관이다. 청와대는 “큰일났다. VIP(대통령) 보고까지 끝났다”라며 “나머지 310명은 다 배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큰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생존자 구조상황 보다, 대통령에게 보고 잘못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이때 청와대는 해경 상황실에 잘못된 보고를 한 이유를 추궁했지만, 해경으로부터 “모르겠다”는 대답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어 세월호 침몰 참사의 파장을 우려하기 시작한다. 청와대는 “중대본에서 발표한 것도 해경에서 보고를 받았을 텐데, 브리핑이 완전 잘못됐다. 여파가 크겠다”고 걱정했다.

이 녹취록을 공개한 우 의원은 “청와대는 실종자들의 안위보다 VIP 보고만 걱정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답을 나누고 상황을 즉각 공유한 해경 상황실 직원 및 책임자와 청와대 국가안보실 직원 및 책임자 모두 특정되지는 않았다.

녹취록에는 119 중앙상황실이 현장에 보낸 헬리콥터가 해경의 우왕좌왕 때문에 제때 세월호 안으로 생존자를 구하러 들어가지 못한 정황도 담겼다. 119 상황실은 오후 1시쯤 해경 본청 상황실에 전화로 “우리 헬기가 현장에 2대 도착을 했고, 수난구조전문요원들이 다 탑승을 하고 있다. 배 안에 요구조자가 있으면 바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경은 “잠깐만 기다리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별도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이랬던 해경은 사고 직후의 골든타임 당시인 오전 9시39분쯤 경찰청에 보고한 내용에서는 “구조가 전부 가능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슴을 칠 내용이다.

우 의원은 “녹취록엔 정부의 허둥지둥하는 모습과 무책임이 그대로 담겨 있다”라며 “이런 안전시스템을 가진 국가에서 사는 국민께 죄송하다.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내겠다”라고 다짐했다.

사진=지난 5월19일 세월호 의사자 이름을 호명하며 동시에 해경 해체를 발표하는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사진기자단, 국민일보DB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