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 나눔교회, 예배당이 문화공연장으로

입력 2014-07-01 17:58
지난달 26일 강원도 춘천 ‘공간나눔’에서 열린 ‘나는 동네 가수다’ 행사에서 출연자들과 관객들이 함께 어울려 공연을 즐기고 있다. 춘천 나눔교회 제공

강원도 춘천의 한 교회가 예배당을 지역 문화와 예술, 예배를 위한 열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춘천 후평동의 나눔교회(담임목사 박유식). 지난해 4월 후평동 세경3차 아파트 맞은편 상가건물 지하에 자리 잡은 이 교회의 예배당은 다른 교회들과는 사뭇 다르다. ‘공간나눔’이라 불리는 210㎡ 면적의 교회 내부는 마치 소극장이나 카페와 같은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현재 이 공간은 주일에는 예배당으로, 평일에는 지역 선교단체, 작은 교회, 대학교 선교동아리, 공연단체, 공간이 필요한 단체 등이 대관해 문화가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한 달에 한 번씩 ‘공간나눔’에서는 ‘나동가(나는 동네 가수다)’가 열린다. ‘나동가’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희망하는 사람을 위해 마련된 이색행사다.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공간나눔 카페(cafe.naver.com/chspacenanum)의 신청 게시판을 통해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이곳에는 키보드와 드럼, 앰프 등 음향시설이 갖춰져 있다. 기성 가요부터 가곡, 성악, 동요 등 장르에 제한이 없다. 카페에 미리 신청만 하면 무대에 오르는 것이 가능하고 음원(MR)뿐 아니라 원하는 참가자는 건반과 기타 등 악기를 사용할 수 있다. 행사가 열릴 때마다 7~8명의 가수가 참여해 저마다 가진 끼와 재능을 발산하고 있다.

이 교회 신자이자 공간나눔 대표를 맡고 있는 정병걸(33)씨는 “‘나동가’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동네 수퍼 아저씨, 이발소 사장님, 동네 형 등 누구라 할 것 없이 노래를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면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서로 즐기며 노래를 부르고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은 문화 나눔을 위해 음악공연, CCM공연, 강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해 지역 주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오는 18일 오후 7시에는 나눔공간에서 김지윤 좋은 연애 연구소 소장을 초청, 연애에 관한 초청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교회이자 문화·예술 공간인 이곳은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지 못할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기독교 문화에 국한되기보다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면서 자연스러운 선교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박 목사는 “교회라는 공간의 목적이 예배이지만 그 공간 자체가 주일에만 사용되고 평일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우리가 가진 공간을 지역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공간나눔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교회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게 됐고, 교회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됐다”면서 “교회와 아무런 상관없이 이곳을 찾았다가 예배를 드리러 오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공간은 작은 교회나 선교단체 등 예배 목적으로 빌리는 경우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일반 공연이나 동아리 활동의 경우 일정 부분 후원금을 받는다. 박 목사는 “교회라는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면서 ‘교회가 이런 일도 하는 구나’ ‘나눔이라는 게 좋은 것’이라고 느낄 때 교회에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역이다”라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