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명언] 2014 브라질월드컵, 한국에선 누가 웃을까요?

입력 2014-07-01 15:21 수정 2014-07-01 16:35
사진=정성룡의 삭제된 트위터 ‘퐈이야’, 아래는 한 제약회사의 홍명보 후시딘 광고. 일찌기 월드컵 트라우마를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댓글명언]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한국 축구를 20세기로 되돌렸다는 평가의 홍명보호. 팬들에게 엿사탕 세례까지 받았지만, 또 하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두고 분루를 삼키는 세력들이 있습니다. 바로 수 백 억 원대 중계권료를 내고 월드컵 생방송을 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 3사입니다.

방송 3사는 국제축구연맹(FIFA)에게 760억원을 주고 중계권료를 사왔습니다. SBS가 구매를 전담했습니다. SBS는 이를 KBS와 MBC에 되팔았는데, 비용은 KBS 4: MBC 3: SBS 3 구조로 분담했습니다.

담합을 통해 중계권을 지상파 3사가 나눠갖다보니, 중계화면은 모두 똑같습니다. 그래서 시청률 경쟁은 해설위원 쪽으로 불붙었습니다. KBS가 입이 마르도록 띄운 ‘표스트라다무스 문어’ 이영표 해설위원, MBC가 자랑한 안정환 해설위원의 ‘아저씨 어록’, SBS의 박지성 방송위원 위촉 등이 그 결과물입니다. 해설위원이면 해설위원이지, 결혼을 앞둬 브라질로 갈 수 없는 사람을 굳이 방송위원으로 모신 건 이게 방송 3사의 사활을 건 승부처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방송 3사는 월드컵을 통해 장사를 잘 했을까요? 아직 결산이 나오진 않았지만, 방송 3사 공히 “최악의 적자”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관계자는 언론에 “아직 월드컵이 끝나지 않아 정확한 수입 규모는 공개하기 힘들다”라면서도 “한국전 세 경기 중계는 광고가 완판됐지만, 다른 경기는 판매가 부진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대표팀의) 16강 진출도 무산돼 추가 광고 집행으로 인한 수입을 기대하기 힘들다”라며 “사상 최대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방송가에선 일찍부터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좌절된다면 방송 3사가 각각 100억원 정도의 적자를 볼 것이란 예측이 많았습니다. 이들은 2010 남아공월드컵 당시 한국팀의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로 짭짤한 재미를 봤던 때가 그리울 것입니다. 사실 인천공항에 ‘근조 한국축구’ 플래카드를 내걸고 싶던 쪽은 팬들이 아니라 방송사들일 겁니다.

그럼 이번 월드컵에서 국내 최고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유머와 냉소가 교차하는 인터넷 공간에선 댓글로 간결하게 정리가 됩니다. 포털 아이디 bloo****는 “홍명보 후시딘 광고만이 유일한 신의 한수”라고 했습니다. 이 한 줄에 1일 오후까지 5000회가 넘는 공감이 달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글은 후시딘을 만드는 제약회사가 올린 것일 수도 있으니 좀 거시기합니다.



더 멋진 댓글은 포털 아이디 1234****의 글입니다. 그는 “정성룡:퐈이야~~~, 박주영:따봉!”이라고 했습니다. 귀국행 비행기에서 트위터에 하트 문양을 남긴 정성룡은 인천공항에 내린 뒤 날아오는 엿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었을 겁니다. 일부 팬들은 “엿 던지지 마라, 못 잡는다”고도 했습니다. 홍명보호의 ‘원톱’으로서 발로 공격 포인트를 쌓기보단 엄지손가락이 인상적이었던 박주영도 마찬가지였죠. 웃기지만 슬픈 현실입니다.

사진=정성룡의 삭제된 트위터 ‘퐈이야’, 한 제약회사의 홍명보 후시딘 광고.

우성규 김현섭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