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남자 임태희, 새누리 평택을 공천탈락에 “당이 어쩌다 이지경까지”

입력 2014-07-01 13:29
사진=국민일보DB

이명박 정부 시절 최고 실세로 자리매김했던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7·30 재보선 새누리당 경기 평택을 재보선 공천 탈락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 방침까지 내비치며 강력 반발했다.

임 전 실장은 1일 국회 브리핑룸에서 마이크를 잡고 “전과 등 결격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특정인(본인을 말함)만 배제하고 경선을 실시한 사례가 있나”라고 반문하며 “제가 이명박 대통령을 모시며 (고용노동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을 했기 때문에 ‘너만은 절대 안 된다’는 얘기인가”라고 물었다. 전날 자신의 평택을 1차 공천 배제를 결정한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와 최고위원회를 상대로 한 질문이다.

임 전 실장은 “어쩌다가 당이 이 지경이 됐는가”라고 개탄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합리와 상식에 의거해 운영되는 정당이라 생각했기에 15년간 당을 지키고 사랑했다”라며 “그런데 최근 구태와 파행으로 운영되는 모습을 보면서 당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이 당을 사랑한 것은 맞다. 그런데 사실 2012년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기 전 한나라당이라고 봐야 한다.

임 전 실장은 2000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 분당을에서 승리해 국회에 입성한 뒤 2003년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다. 2004년 분당을 재선에 성공한 뒤에는 당 소속 여의도연구소(이젠 여의도연구원) 소장을 지냈으며 2007년 말 이명박 대통령 당선 때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비서실장까지 했다. 여권의 정권 탈환 1등 공신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다.

2008년엔 분당을에서 역시 3선에 성공했고, 이후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맡아 당과 청와대의 정책조율 핫라인 역할을 했다. 이후엔 이명박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과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역임했다. 박근혜정부의 김기춘 비서실장, 바로 그 직위다.

이런 임 전 실장이기에 새누리당 평택을 재보선 공천 탈락, 그것도 1차 컷오프에서 배제된 것은 ‘굴욕’으로 느낄 만하다. 임 전 실장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부당함을 바로 잡겠다”라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평택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일단은 당 공심위에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기자들이 재차 “재심청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하는가”라고 물었다. 임 전 실장은 “두 달 넘는 기간 동안 평택에서 함께 선거를 준비한 분들이 계시다”라며 “그분들과 의논해서 결정하겠다”라고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라거나 “평택을 떠나는 일은 전혀 없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정도면 헤드라인을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시사’로 꼽는 언론사도 나오기 마련이다.

임 전 실장뿐만 아니다. 새누리당의 7·30 재보선 공천 작업은 울산에서도 잡음을 내고 있다. 앞서 울산 남구을 출마를 선언했던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갑자기 당에 공천 신청 철회를 요청했다. 당이 전날 박맹우 전 울산시장 및 김두겸 전 울산 남구청장과 함께 이 전 최고위원까지 3인간 여론조사 경선을 결정하자 마음을 바꾼 것이다.

임태희 전 실장이 “경선 경쟁 기회를 달라”며 반발하는 것과 정반대 이유다. 이 전 최고위원은 “12년 울산시장을 한 분, 지역에서 재선 구청장을 한 분과 100% 인지도만으로 경쟁하는 여론조사를 하라는 것은 ‘이혜훈만은 안되겠다’는 것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공천신청을 깨끗이 철회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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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