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노사화합으로 3년여 만에 상선 생산을 재개하며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한진중공업은 1일 터키 선주사로부터 수주한 18만t급 벌크선의 강재절단식(조선소의 첫 공정으로 블록 생산을 위한 철판 절단 행사)을 가졌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상선을 생산하는 것은 조선업황 침체로 상선부문 건조가 중단된 2011년 이후 3년만이다.
이날 행사에는 서병수 부산시장과 선주사인 터키 지네르사 바실리우스 파파칼로도우카스 사장, 로이드 선급의 이수영 한국 대표, 한진중공업 최성문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및 협력업체 근로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 참석자들은 회사 정상화와 함께 안전, 납기, 품질을 강조하는 결의구호를 제창하고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서 부산시장은 “첫째도 일자리 창출, 둘째도 일자리 창출, 셋째도 일자리 창출”이라며 “한진중공업이 다시 살아난다면 지역조선 기자재업체들이 낙수효과를 누리게 되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등 지역경제에 커다란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재도약을 거듭 당부했다.
한진중공업 최 사장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추가 수주를 위한 영업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성원해 주신 분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전 임직원이 회사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생산라인에 투입될 장비 점검 작업이 마무리되고 블록 제작을 위한 각종 설비들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등 정상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직원들도 고무되는 분위기다.
생산직 직원 김모(44)씨는 “우여곡절 끝에 어려움을 딛고 3년만에 착공식 행사를 열게 되니 감개무량하다”며 “휴업중인 동료들도 곧 현장으로 복귀하게 될 것 같아 그 어느 때보다 의욕이 넘친다”고 전했다. 이날 휴직자 80여명이 출근해 휴직자는 200여명으로 줄었다.
장창근 생산본부장은 “지난 해 대규모 수주로 조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마침내 오늘 상선라인이 재가동됐다”며 “안전, 납기, 품질에 만전을 기해 영도조선소 정상화에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해외현지법인인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지난 달 완공 5년 만에 글로벌 조선소 순위에서 처음으로 ‘세계 탑10’에 진입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완전 정착함에 따라 영도조선소의 경영 정상화 또한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노조도 지난 2012년부터 수주를 위해 직접 선주 측에 발주를 간청하는 호소문을 보내는가 하면 지역 상공계에도 지원을 요청하는 등 다방면으로 수주 노력을 펼치며 정상화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2016년까지 조업 물량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영도조선소는 앞으로 중대형 상선 및 고기술·고부가가치선, 특수목적선 건조에 역량을 집중해 대한민국 조선1번지의 명성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이와 함께 세계최고의 고효율 생산시스템으로 구축된 수빅조선소를 조선부문 핵심사업장으로 집중 육성하고, 영도조선소는 고기술 특수목적선을 중점 생산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세계적 조선기업으로 재도약하겠다는 포부다.
1937년에 문을 연 한진중공업은 우리나라 최초의 조선소로 22년 연속 ‘세계 최우수선박 건조사’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등 우리나라 조선업계를 주도했다.
한진중공업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은 국제 해운경기·조선업계 침체가 찾아온 2008년 말부터였다. 여기에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갈등으로 극심한 노사분규가 반복되면서 2009년 9월 이후 4년 가까이 ‘수주 가뭄’을 겪었다.
지난해까지 해군 함정 같은 일부 특수선 물량만 생산했다. 주력인 상선부문은 업황 부진과 수주 가뭄으로 일감이 떨어져 생산직원 상당수가 휴업했다.
노사가 힘을 합치면서 지난해부터 좋은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일반 상선과 특수선 등 15척을 새로 수주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고, 올해 들어서도 18만t급 벌크선 2척을 추가로 수주했다. 2016년까지 조업할 물량을 확보했다.
영도조선소가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면서 큰 고통을 겪었던 협력업체 100여 곳도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역 경제계는 “부산의 대표기업인 한진중공업이 상처를 씻고 정상화되면 지역 주력업종인 조선업이 살아나 부산지역 경제가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한진중공업은 이날 행사 후 회사를 성원해 준 주민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영도지역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정 등 저소득 가구 1000여 곳에 임직원들이 모금으로 마련한 수박 1000통을 전달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노사화합으로 3년만에 상선 생산 재개
입력 2014-07-01 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