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구멍에 만만한게 담뱃값? “한국, 세계서 담배 가장 싼 편”

입력 2014-06-30 08:22 수정 2014-06-30 08:26
사진=국민일보DB

한국의 담배 1갑 가격이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박근혜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위해 진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내놓은 연구 결과다. 담배에 세금 더 걷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인데, 과거 담배 판매를 전매청에 전담시켜 국가가 국민에게 흡연하라고 팔았던 역사를 감안하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한국의 담배 1갑 가격(2500원 기준)이 2012~2013 세계 주요 41개 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다고 30일 밝혔다. 노르웨이는 14.5 달러로 한국 전매청의 후신이자 대표 담배제조사 KTNG의 원 블루(2500원)보다 6배 이상으로 파악됐다. 호주 아일랜드 뉴질랜드 영국도 모두 담배 1갑에 10달러를 넘어 우리 돈으로는 1만원 이상이다.

한국은 2달러대 수준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은 담배 1갑에 2달러 대인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했다. 한국만큼 담뱃값 싸기로 유명한 멕시코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등은 모두 3달러대였다고 전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세계 담뱃값을 취합해 조사한 이유는 세금을 더 거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다. 박근혜정부는 구멍 난 세수에 재정 위기마저 닥치자, 비교적 조세 저항이 적은 담배에 세금을 더 매겨 가격을 올리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물론 조세관련 기관들이 동원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이 성인남성 흡연율 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라는 명분도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언론에 “흡연율을 떨어트리고 추가적 세수입 확보를 위해 담뱃세 인상과 담배과세 방식의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가가 나서서 담배를 팔던 때는 언제고 정책 무능으로 세수 부족 상황이 오기만 하면 손쉽게 담뱃값을 올려 이를 메우려 한다는 대증요법이다. 한국 남성의 월드클래스급 흡연율은 군 복무시절 담배를 싸게 주면서, 임 병장처럼 되지 말고 ‘참고 버티기’를 권하는 데서 상당 부분 기인한다. 이 때문에 정부와 관련업계의 담뱃값 인상 방안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는 데 실패하고 있는 현실이다.

사진=국민일보DB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