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퀴어문화축제·기독교 행사 동시에 열려… 행사장 곳곳서 마찰

대구에서 퀴어문화축제(성 소수자 축제)와 이를 반대하는 기독교행사가 함께 열리면서 행사장인 대구 중구 2·28기념공원 주변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졌다.

29일 대구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2시부터 대구 중구 2·28기념공원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행사장에는 퀴어문화축제를 알리는 부스가 마련됐으며, 전국에서 모인 성 소수자 단체와 시민단체 회원, 시민 등 400여명이 참여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사장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곳에서는 예수재단 등 서울지역 기독교 단체들이 주축이 돼 결성된 동성애퀴어광란축제저지연대 소속 교인 등 200여명이 자리를 잡고 기도와 찬양 등으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대구예수축제’ 집회를 열었다.

2·28기념공원에서 450여m 떨어진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도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 지역 기독교인 300여명이 천막을 치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시작하기로 한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도 기독교 단체 회원 등 400여명이 모여 음악회를 개최하며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했다.

행사 초기에는 각자 행사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곳곳에서 마찰이 생겼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오후 3시쯤 집회를 마친 대구지역 교인들 일부가 2·28기념공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반대집회 분위가 고조됐다. 또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이 동성애 반대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퀴어문화축제 행사장 바로 옆에서 행사 반대 구호를 외치면서 이에 항의 하는 퀴어문화축제 참가자과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두 단체의 마찰은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오후 5시40분쯤 퍼레이드가 시작됐지만 기독교 단체 회원들이 도로를 점거해 행진을 저지해 행진이 20여분 정도 지연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두 집단의 참가자들이 몸을 서로 밀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기독교 단체는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의 행진을 막고 기도와 찬양을 하는 등 저지에 나섰고 결국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은 행진 코스를 변경해 1시간여 만에 퍼레이드를 끝냈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인 장희종(대구명덕교회) 목사는 “갑작스럽게 하나님만 믿고 기도하며 준비한 동성애 반대 행사였지만 하나님의 대구를 위한 섭리를 느낄 수 있었다”며 “집회를 준비하면서 잠자고 있는 대구가 각성하고, 청년들이 연대하는 등 놀라운 하나님의 계획을 볼 수 있었다. 대구에서 일어난 이 불길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두 단체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은 이날 행사장 주변에 경찰병력 700여명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기독교 단체의 도로점거를 제외하고는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구=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