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장병 유족들 두 번 울리는 군 당국

입력 2014-06-26 18:56
김관진 국방장관이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질의에 참석해 의원들에게 육군 22사단 GOP사건 경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희청 기자

육군 22사단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군 당국의 우왕좌왕 대처가 희생장병 유가족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희생장병 유가족들은 26일 경기 성남의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희생장병들의 명확한 사인과 총기 사고가 날 수밖에 없었던 근본 원인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장례식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영결식을 진행하려던 유가족들을 분노케하고 이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게 만든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먼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한 김관진 국방장관의 “군대 내 집단따돌림이 존재한다”는 발언이다. 유가족들은 김 장관의 발언에 대해 “군이 이번 사건을 왕따 등 개인간의 갈등 문제로 접근하는 건 관리책임자인 자신들의 의무를 져버린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군 당국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를 개인적인 문제로 덮으려는 것”이라며 “나아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두 번째는 가해자 임모(22) 병장이 자살 기도 직전 작성한 메모 비공개 이유를 유가족에게 떠넘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의 말바꾸기 브리핑이다. 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희생자 유족들이 메모 공개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희생자 최대한(21) 일병의 아버지는 “유족들은 임 병장 메모 공개를 반대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사실이 공개되자 김 대변인은 “당시 유족들이 원칙적으로 메모 공개에 대해 반대한 건 아니고 다만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공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며 “기자들이 공개를 요구했던 시점은 수사 진행이 별로 안 돼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던 때라 비공개한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세 번째는 희생장병들에 대해 응급조치 등 초기 대응이 적절했느냐는 점이다. 희생자 이범한(20) 상병의 삼촌 노봉국씨는 전날 JTBC와의 인터뷰에서 “조카의 부검을 참관해보니 심장이 아니라 어깨 날개쭉지에서 쇄골쪽으로 관통상을 입었다”면서 “지혈만 잘 됐으면 부상 부위가 비슷했던 임 병장처럼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씨는 미국에서 군의관을 지낸 뒤 치과의사로 활동한 의료인으로 부검에 참석했다. 노씨는 “총격 사건이 나고 1시간 40분 뒤 (조카가) 사망 판정을 받았는데 (그 때까지) 어떠한 응급조치나 구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며 “총상을 당했을 때 즉각 응급조치를 한다는 상식만 지켜졌더라도 살았을텐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돼야 이런 미개한 상황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군 당국은 현재까지 사고 직후 희생장병들에 대한 응급조치 등 초동 대응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김 국방장관과 직접 면담을 하며 이같이 요구했으나 만족할만한 답을 얻지 못하자 결국 대국민호소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입관 등 장례절차가 중단된데 이어 27일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육군 제22보병사단장(葬)으로 치러질 합동영결식도 무기한 연기됐다.

네티즌들은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나서도 정부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도대체 해수부부터 국방부까지 믿을 곳이 하나도 없냐”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를 표출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