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정홍원 국무총리에 유임 결정에 “고뇌에 찬 결단”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내부는 어수선했다.
상층부와 일반 의원들과의 기류차가 뚜렷했고 특히 비주류 의원들은 ‘멘붕’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어이가 없다"며 아예 언급을 피했고, 장고 끝 악수”,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자조섞인 비판도 나왔다.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하고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진퇴까지 다시 입길에 오를 정도였다.
반면 당의 상층기류는 어려운 선택을 이해한다는 쪽이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도 공백이 길었는데, 절차를 또 밟으려면 한 달 이상 걸릴테니 상당한 공백이 있을 것”라며 “국정이 마비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대통령께서 어렵지만 해야 할 선택을 신속히 하신 것”이라며 “정 총리는 크고 작은 국가적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어느 누구보다 치열한 사명감으로 재무장해 국정을 통합해 나갈 수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소장파를 비롯한 초재선 의원들과 비주류 진영에서는 “사람이 그렇게 없느냐”며 야당 못지않게 반발 기류가 감지됐다. 친박(친박근혜) 주류에서도 이해는 하지만 허탈하다는 한숨이 새어나왔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퇴진 요구도 다시 제기됐다.
한 초선 의원은 “만나는 의원들마다 ‘어이없다’는 분위기고, 아예 허탈하게 웃고 아무 말도 못하는 사람도 많다”면서 ‘어쩔 수 없다는 경우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답답해 한다” 분위기를 전했다.
당권주자들의 반응도 달랐다.
유력 주자인 서청원 의원은 입장자료를 통해 “아쉬움도 있고 안타까움도 있지만 국정 공백의 장기화에 대한 국정 책임자의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국민의 요구에 부응했는지도 생각해보아야 하지만 인사권자의 고뇌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유력 주자인 김무성 의원 역시 “잘못된 청문회 문화 때문에 생긴 어쩔 수 없는 도리(선택)라고 생각한다”면서 “모든 것이 대통령의 고뇌에서 나온 문제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이해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비주류 당권주자인 김영우 의원은 “장고 끝에 악수를 둘까 걱정했는데 현실이 돼 버렸다”면서 “인사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서 책임지고 떠나려했던 총리를 유임시키는 것은 책임회피”라며 박 대통령의 직접 해명과 김기춘 실장의 책임지는 모습을 요구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
與 겉으론 “고뇌에 찬 결단” 속으론 ‘부글부글’
입력 2014-06-26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