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홍명보의 벨기에전 희망고문 “어떤 날은 좋은 감독, 어떤 날은 조기축구 감독보다 못해”

입력 2014-06-26 13:36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국민일보DB

2014 브라질월드컵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은 26일(한국시간)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벨기에 월드컵 조별예선 H조 3차전을 만 24시간 이상 앞두고 밝힌 출사표다. 언제나 그렇듯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16강 전망이 극히 어둡지만, 국민들이 축구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말이다.

홍 감독은 1무 1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두고 선발 라인업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날은 좋은 감독이었다가, 어떤 날은 조기축구의 감독보다도 못한 사람이 되는 게 감독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경기 결과 하나 하나에 한반도 이남이 냉온탕을 오가는 습성을 꼬집은 말이다. 홍 감독은 그러면서 “내일은 중요한 경기(대한민국 벨기에전)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선수 구성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감독의 기자회견은 27일 오전 5시 한국과 벨기에가 맞붙는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지 상파울루에서 하루 앞서 열렸다.

홍 감독은 자신의 변함없는 선택, 박주영 ‘원톱’ 전략에 대해서도 항변했다. 홍 감독은 “자체적으로는 박주영이 가운데서 균형을 잡아주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비난 여론도 어느 정도 인식한 듯 “공격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벨기에전 승부수에 대해선 기자들과 선문답을 주고받았다. 기사에 쓸만한 내용이 별로 없는 당연한 이야기만 오갔다. 16강에 가려면 벨기에를 이기는 것뿐만 아니라 득점도 많이 해야 하는데 이 전망을 묻는 질문에 홍 감독은 “득점을 하고, 실점을 안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경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진 대답도 초등학생 수준의 “어차피 골을 넣고 이겨야 하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란 말이었다. 구체적 전략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전략적으로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직 경기 전이라서 그렇지만, 진짜로 전략이 있었는지는 경기가 증명해줄 전망이다.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국민일보DB
글=상파울루=김태현 기자,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다음은 홍명보 감독과의 취재진의 일문일답

-벨기에가 골프를 치는 등 한국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데.

=벨기에는 벌써 16강 진출이 확정됐다. 우리 경기가 그 팀에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기적을 이룰 준비가 됐나.

=우리 선수들은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임해왔다. 우리 선수들에게 간절함이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지는 충분히 알고 있다. 일단 할 수 있는 것은 해 놓고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스트11에 변화가 있나.

=오늘 훈련이 끝났으니까 지금부터 생각해 보겠다.

-월드컵에는 놀라운 결과도 나왔다. 여러 이변에서 영감을 받았나.

=축구에서 항상 강팀이 이기라는 법은 없다. 그런 것에 대비하고 있었고, 이 경기에서 마지막에 어떤 일이 있을지는 예상할 수 없다. 벨기에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경기는 지루한 경기였지만 비겼고, 알제리는 재미있었지만 졌다.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이기는 경기가 더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러시아와의 경기가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경기를 하더라도 지는 경기는 선수들에게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브라질 사람들에게 환대받나.

=3차례 이동을 했다. 브라질 국민들이 우리 선수들을 열렬히 환영해줬다. 이구아수에 있는 브라질 시민들은 우리가 정말로 경기를 잘하면 같이 기뻐해줬고, 좋지 않으면 같이 슬퍼해줄 정도로 훌륭한 마음을 보여줬다.

-박주영의 선발 여부에 관심이 많은데. 기대에 만족하고 있나.

=우리 팀의 전체적인 밸런스와 첫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알제리전은 실질적으로 기회를 못 만든 게 사실이다. 수비에서 실점을 너무 쉽게 허용하다보니 경기 자체가 기울어지 않았나 생각한다. 자체적으로는 박주영이 가운데서 균형을 잡아주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공격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신에게 기도라도?

=종교라고 할 게 없다. 우리 선수들만 보고, 우리 선수들만 믿고 간다. 종교가 있는 선수들에게는 그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선발 라인업의 변화와 유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우리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어떤 날은 좋은 감독이었다가 어떤 날은 조기축구의 감독보다도 못한 사람이 되는 게 감독의 운명이다. 내일은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선수 구성을 할 것이다.

-실점을 줄이면서 다득점을 해야 하는 경기다.

=득점을 하고, 실점을 안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경기가 될 것이다. 어차피 골을 넣고, 이겨야 하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전략적으로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시아 축구의 성적이 별로인데. 원인이?

=경기 중이기 때문에 아시아 축구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성적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시아 축구가 과도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막 올라가는 상황에서 전에 있던 흐름들을 따라가는 현상이 있어 보인다. 이번 월드컵을 보면 굉장히 터프하고 피지컬 적으로도 좋은데 그런 부분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

-프랑스월드컵에서는 벨기에와 1-1 비겼는데. 이번 경기에서 뭘 강조하겠나.

=우리가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 그 조건 역시 우리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선수들에게 16강 진출 여부에 상관없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한이라는 것을 줬기 때문에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될 것 같다.

-홍 감독은 경험이 많다. 축구 인생에서 이번 경기의 의미가?

=이번 경기가 우리 선수들에게는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국 축구를 위해 나가야 하는 선수들이다. 나 개인적으로도 선수 때의 어떤 경기와 비교하기에 특별한 것은 없다. 선수 때, 익숙한 분위기가 지금도 이어지는 것 같다. 지금은 감독의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게 임무라고 생각한다.

-벨기에는 이미 16강에 진출했는데. 한국을 어떻게 평가할까?

=잘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좀 더 편안하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있는 실력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벨기에는 아주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홍 감독과 빌모츠 감독이 선수에 이어 감독으로 맞대결을 하는데.

=아주 팀을 잘 조련한 것 같다. 풍부한 경험에서 좋은 실력이 나오는 것 같다. 한국과 벨기에의 상황은 다르지만 나의 능력보다는 선수들을 믿는다. 우리 선수들이 내일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