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30일 숨이 턱 막히는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 이윤희 YMCA 사무국장(47)은 대안성지순례를 통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자치지역을 처음 방문했다. 그가 답답해한 것은 무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스라엘이 만들어 놓은 분리장벽 안에 갇힌 팔레스타인인들의 암담한 현실을 목격하자 한숨부터 나왔다. 매년 700여명의 팔레스타인 청소년(12~17세)들이 이유없이 구금되고 군인에게 돌을 던졌다는 이유만으로 20년 징역형을 받기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귀를 의심했다.
이 국장은 26일 “당시 방문을 통해 머릿속에서 그려온 팔레스타인 지원사업을 더욱 굳건히 추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말한다.
이 국장은 국내 교계에서 대표적인 팔레스타인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왜 많은 기도 대상 중 팔레스타인을 선택하게 됐을까.
이 국장은 “2008년쯤 한국교회의 자정·갱신능력에 회의를 품다가 돌파구로 팔레스타인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의 권력·물신주의를 극복할 성찰이 필요한데 이민족 핍박을 받으면서도 초기 신앙의 순수함을 유지했던 예수의 땅, 갈릴리 지역(지금의 팔레스타인)을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진행형인 그들의 고난에 눈을 떴다. 이 국장은 “성도들은 핍박의 삶이라고 하면 이스라엘을 떠올리지만 현재 소외되고 탄압받아 예수님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곳은 팔레스타인”이라고 주장했다.
곧바로 팔레스타인 돕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지만 교회의 반응은 싸늘했다. “팔레스타인을 돕자고 하자 ‘테러리스트들을 왜 돕느냐’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이스라엘은 선, 팔레스타인은 악’이라는 관념이 뿌리깊었다.”
이후 그는 교계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신앙적 관점에서 팔레스타인은 기독인에게 적이 아닌 형제”라고 설득했다. 기독인의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해 기획한 것이 ‘대안성지순례’다. 연 4만명의 성도가 찾는 이스라엘 성지순례의 답사 장소를 팔레스타인까지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
이 국장은 “성도들이 예수님의 자취가 남아있는 팔레스타인은 위험지역으로만 인식했다”며 “팔레스타인 순례코스를 만들면 그들의 고통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내 기독교 그룹인 ‘카이로스 팔레스타인’과 접촉했다. 카이로스 팔레스타인의 도움으로 2010년과 지난해 두차례 팔레스타인 홈스테이,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 실태 탐방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안성지순례가 실시됐다. 예상외로 반응이 좋자 이 국장은 올해 10월에 이어 내년부터는 매년 2월과 10월 두차례씩 대안성지순례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그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지원사업에서 멈추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과 한반도의 공동 평화’라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그는 “팔레스타인은 식민지, 내전 등 한반도와 역사적 상황이 흡사하다. 4대 강국에 둘러싸인 남북한의 평화는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포함한 세계 평화운동 속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26일)부터 10월까지 매월 한차례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열리는 ‘팔레스타인-한반도 평화세미나’와 올 12월 팔레스타인·이스라엘·한국의 교회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신앙 및 평화 교류를 진행할 ‘갈릴리 청년예수 프로그램’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해 구상됐다.
이 국장은 “기독인이 팔레스타인 상황을 직시하면 억눌린 자, 가난한 자를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의 삶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팔레스타인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많은 기독인들이 기도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이윤희 YMCA국장 "팔레스타인과 한반도 평화운동 함께 해야"
입력 2014-06-26 1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