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시기 림팩 합동군사훈련 실시… 긴장완화 역부족

입력 2014-06-26 14:22
부산작전기지에서 열린 2008년 환태평양훈련(림팩)분대 환송식에서 장병 가족 및 동료 전우들이 손을 흔들며 환송하고 있다. 국민일보DB

26일부터 미국 하와이 부근에서 세계 최대 해상훈련 환태평양(림팩) 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됐다. 8월1일까지 이어지는 ‘림팩 2014’에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인도, 필리핀, 일본 등 23개국 해군이 참가했다. 림팩은 미 태평양함대 주최로 1971년 이후 격년으로 열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중국인민해방군 해군이 참가해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초청한 데는 무엇보다 공동 훈련을 통해 양국 군간 상호 신뢰와 협력이 증진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중국군의 현황과 무기 개발 단계를 관찰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는 점도 감안됐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벗어나 태평양과 인도양 등으로 작전 반경을 넓히려는 중국 해군에게는 미 해군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또 국력에 걸맞은 군사력 유지를 위해 해군의 발전이 필수적임을 강조해 온 중국 지도부는 림팩을 통해 자국 해군력을 과시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강인 미 해군의 기술과 전술, 세부 운영 등을 참관하는 것은 중국 해군 발전에 소중한 기회라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2012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의 제안으로 성사된 중국의 림팩 참가는 미·중 군사협력의 상징적 이벤트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간, 일본·필리핀·베트남 등 미국의 우방·동맹국과 중국과의 갈등이 한껏 고조된 상태여서 ‘어색하고 기묘한 조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중국과 일본 정부는 지난 11일 동중국해 상공에서 벌어진 전투기 근접 비행 사건을 놓고 비난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남중국해 분쟁해역에서의 원유 시추를 둘러싼 베트남과 중국의 갈등도 악화하는 양상이다.

제임스 홈스 미 해군대학 교수는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 “미·중이 이번 훈련을 통해 ‘긴장 완화’를 원하지만 이 용어에 대한 정의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에게 긴장 완화는 미 해군이 1945년 이후 아시아·태평양에서 주도해 온 질서의 유지를 중국이 인정하는 것인데 반해 중국에게는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바다와 상공에 적용하려는 새 원칙을 미국이 존중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얘기다. 홈스 교수는 몇 주간의 해상 훈련이 우발적인 충돌의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양국간 이해관계의 충돌을 완화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