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폰의 거미손 뚫은 한골…이탈리아, 우루과이에 통한의 패

입력 2014-06-25 07:58
오랜동안 이탈리아의 골문을 굳건히 지켰던 잔루이지 부폰. 부폰은 25일(한국시간) 우루과이와의 브라질 월드컵 D조 예선 3차전에서 선방했지만 통한의 1골을 허용하며 팀의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AFPBBNews=News1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의 골문을 굳게 지켰던 최고의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36·유벤투스)이 월드컵과 작별을 고했다. 무적함대를 지켰던 수문장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또 한 명의 명 골키퍼의 퇴장이다.

부폰은 25일(한국시간) 브라질 나타우의 두나스 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D조 3차전에서 이탈리아가 0대 1로 져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동물적인 반사신경과 위치 선정, 때로는 과감히 달려나와 ‘마지막 수비수’ 역할까지 해냈던 부폰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명 골키퍼로 이름을 날렸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팀의 우승과 함께 야신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하지만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최고 골키퍼인 카시야스가 스페인의 몰락과 함께 일찌감치 귀국한 데 이어 부폰마저 16강에서 뛰지 못하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카시야스가 대량 실점을 하며 흠집을 남겼다면 부폰은 마지막 월드컵 무대에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레드카드로 한 명의 선수가 퇴장당해 이탈리아가 수세에 몰린 이날 경기에서 부폰은 가장 눈부신 활약을 했다.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우루과이가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를 앞세워 예리한 창끝을 겨눴지만, 빗장수비의 최후 보루인 부폰의 벽까지 쉽사리 뚫지는 못했다.

전반 33분 수아레스와 니콜라스 로데이로(보타포고)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2대1 패스로 이탈리아 수비를 제쳤지만 부폰이 두 차례 빛나는 선방을 했다.

왼쪽으로 돌파해 들어온 수아레스의 앞에서 각도를 완벽히 좁혀 슛을 막아냈고, 이어 튀어나온 볼에 쇄도한 로데이로가 논스톱으로 왼발 발리슛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 어느새 앞을 막아선 부폰의 오른손에 결렸다.

후반 21분에는 혼전 중에 흘러나온 공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수아레스가 따내는 위기가 상황을 맞았다.

수비를 따돌리고 반 박자 빨랐던 수아레스의 슈팅은 부폰의 손에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수아레스가 이탈리아 수비수 조르조 키엘리니의 왼쪽 어깨를 깨무는 경악스런 기행이 심판에 발각되지 않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수아레스의 돌발 행동으로 어수선한 사이 우루과이의 코너킥이 디에고 고딘(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머리에 걸리며 골로 연결됐다.

부폰은 여러 번의 선방에도 이 한 번의 슈팅을 막지 못해 이탈리아의 16강 진출 실패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이날 경기의 최우수선수인 ‘맨 오브 더 매치’로 부폰을 선정했지만 강호 이탈리아의 탈락의 아쉬움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정학 기자 mide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