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용서하겠다"는 박원순에…네티즌들 "잘 하는 거 아니다"

입력 2014-06-24 22:49

용서.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줌’이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건 좋은 일로 환영받기 마련인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24일 밝힌 ‘용서’에 대해서는 여론의 반응이 썩 좋지 않다.

박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6·4 지방선거 당시 상대후보였던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측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시장은 “캠프에서는 정 전 의원측이 제기한 문제들이 허위가 많아서 대응하고 넘어가야한다는 이야기가 있고, 일부는 이미 소송이 진행 중”이라며 “하지만 지난 번 정 전 의원과의 만남 이후 이걸 유지해야 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내나 가족들이 먼저 정리, 용서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그런 쪽으로 정리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사실상 취하 의사를 밝혔다.

지난 선거 당시 두 사람은 상대방의 가족까지 끌어들이며 난타전을 펼쳤다. 특히 선거 전날 정 전 후보측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대균씨와 박 시장 부인 강난희씨와의 연관설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박 시장측은 “더 이상 관용은 없다”며 해당 내용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기자와 정 전 후보측 이수희 대변인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명예훼손죄로 즉각 고소키로 했다. 지난 10일에도 박 시장은 “가족을 향해 흑색선전을 하는 것은 문제”라며 선거 당시 네거티브 흑색선전은 심각한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다 지난 19일 박 시장과 정 전 의원이 서울시청 집무실에서 만나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두 사람은 “선거 전부터 친했고 서로 좋게 생각해왔으니 오늘부터 다시 선후배로 돌아가자”며 훈훈한 분위기를 선보였다. 이런 기조의 연장선상에서 고소 고발 취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소 부정적인 여론의 기류가 감지된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건 잘 하는 처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승자로서 아량을 베풀자는 선의에서 비롯된 것 같은데, 본인 뿐 아니라 유사적 적폐의 근절을 위해서도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선의는 ‘더한 악의’로 보답받게 된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옳은 정치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건데, 당선됐다고 다 취소해버리면 다음 선거에서 또 이전투구 벌어질 게 자명한 이치”라며 “다음 선거, 미래의 선거를 위해서도 고소 취하는 안 된다”고 댓글을 달았다.

통합과 상생의 시대정신에 발맞춰 내놓은 박 시장의 ‘용서’ 결정이 과연 어떤 식의 결말을 맺게 될지 주목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