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보낸 아들이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총기난사 사고가 난 직후 아들이 죽은 동부전선 GOP의 열악한 환경을 돌아보고는 “정말 우리 아들한테 미안하다”며 울었다. 그는 “진짜 이런 곳에 근무를 시켜놓고, 제가 발 뻗고 따듯한 방에서 잔 것, 좋은 음식 먹은 것, 이런 것들이 너무 미안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죽인 강원도 고성 육군 22사단 소속 임모 병장을 미워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저 “(관심사병) B등급에 있던 사람도 A로 떨어질 것 같은 그런 환경”이라며 “제2, 제3의 임 병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임 병장 총기난사로 사망한 고 진우찬 상병의 아버지의 말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진 상병의 아버지는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다. 사회자는 “꼭 전하고픈 이야기가 있다고 마이크 앞에 서 주신 거 감사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진 상병의 아버지가 하고픈 말은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최전선인 GOP의 말도 안 되는 근무 환경이었다. 아버지는 “한 겨울에 한 시간만 서 있어도 몸이 얼고 할 텐데”라며 “주간조 야간조 아니면 3교대 정도로 해서 극심한 병력의 모자람 속에서 근무를 했다고 하는 것에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무기체계, 투여된 인원 그리고 인원에 대한 교육에 대한 케어가 너무 안돼 있었다”라며 “그리고 외박, 외출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GOP 인원이 적기 때문에”라고 울먹였다.
아버지는 아들 진 상병을 마지막으로 본 게 지난 2월이라고 했다. 일병 휴가였다. 그때 아들은 “상병휴가가 한 6월 정도면 올 수 있으니까 그때 보자”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6월 아들은 아버지 얼굴을 보지 못하고 경기도 성남 국군 합동분향소에 누워 있다. 아버지는 “가끔 전화통화를 해 보면 목소리가 너무 힘이 없어서 걱정했지만, 아들이 오히려 저를 위로했다”라며 “그래서 이번 휴가 때는 많이 위로해 주고 이렇게 같이 나누자 했었는데, 그걸 못한 게 못내 서운하고 가슴 아프다”라고 탄식했다.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을 향해 난사한 임 병장에 대해 “그 사람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라고 했다. 보통 사람은 하기 힘든 발언이다. 아버지는 “한 번 더 생각해보면 그런 열악한 환경이면 웬만한 강한 사람이 아니면 정말 견디기 어려운 그런 조건”이라며 “그 사람이 거기에 적응할 수 있게끔 교육과 적절한 치료가 됐어야 했는데”라고 했다. 이어 “임 병장 개인적인 문제로 돌리기에는 너무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1년 전이 생각난다고 했다. 당시 진 상병의 할아버지, 즉 진 상병 아버지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때 저를 위로하면서 “아빠, 울지 마요” 이렇게 저를 위로했던 그게 너무 떠올라서…(울음) 그래서 저는 안 울려고 합니다…”라고 했다. 아들을 대한민국 육군에 보냈고, 최전방에 복무시켰고, 자랑스러워했지만, 돌아온 건 최악의 총기난사 사고와 아들의 차디찬 시신이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죽인 임 병장을 미워하기보다 GOP 근무여건이 주범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하는 GOP 부대들의 근무조건이 개선될 계기가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사진=고성=구성찬 기자, 국민일보DB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죽은 상병 아들 옆에서 아버지 “GOP 이런 곳에…임병장도 피해자”
입력 2014-06-24 16: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