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이 ‘사막의 여우’에게 물렸다. 한국은 개인기와 조직력에서 모두 알제리에 밀려 고전한 끝에 무릎을 꿇었다. ‘홍명보호’의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23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에스타디오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알제리의 2014 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은 치열한 공방전 끝에 2대 4로 패했다. 1무1패(골 득실 -2)가 된 한국은 H조 최하위인 4위에 자리했다. 한국은 27일 오전 5시 상파울루에서 벨기에와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앞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러시아와 벨기에의 2차전에선 벨기에가 1대 0으로 이겼다. 2승을 챙긴 벨기에는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러시아는 1무1패(골 득실 -1)가 됐다.
이날도 원톱 스트라이커로 박주영이 선발로 나섰다. 섀도 스트라이커 구자철은 박주영의 뒤를 받쳤다. 좌우 날개로는 손흥민-이청용 조합이 호흡을 맞췄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기성용과 한국영이 동반 출전했다. 포백 수비라인엔 윤석영-김영권-홍정호-이용이 포진했다. 골문은 정성룡(수원)이 지켰다.
벨기에전에서 수비적인 축구로 패했던 알제리는 한국전에선 경기 초반부터 공세적으로 나왔다. 체격이 좋은 알제리 선수들이 우격다짐으로 밀고 들어오자 한국은 맞받아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며 역습 기회를 노렸다. 알제리는 중원에서 전방으로 한 번에 찔러 주는 롱 패스가 위협적이었다. 수세에 몰린 한국은 전반 초반 알제리에 잇따라 코너킥을 내줬다.
10여분이 지나자 경기 양상이 달라졌다. 한국은 안정적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반격에 나섰다. 팽팽하던 균형은 전반 26분부터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알제리 공격수 이슬람 슬리마니는 롱 패스를 받아 단독 돌파로 한국 문전 정면을 파고든 뒤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어 2분 후엔 라피크 할리시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전반 38분 또 역습에 당했다. 알제리는 자기 진영에서 롱 패스를 날렸고, 압델무멘 자부는 슬리마니의 도움을 받아 페널티지역에서 왼발 슈팅을 날려 알제리의 세 번째 골을 기록했다. 한국 선수들은 패닉에 빠졌다. 침몰하는 홍명보호를 구할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0-3으로 한국이 뒤진 채 시작된 후반. 한국의 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5분 손흥민은 알제리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기성용의 기습적인 롱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으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후반 초반 천금같은 골을 뽑아낸 한국은 공격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12분 박주영을 빼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제공권을 장악해 만회골을 뽑아내자는 의도였다. 한국은 기성용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 등을 앞세워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후반 17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야신 브라히미에게 네 번째 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한국은 후반 27분 알제리 문전에서 이근호의 도움을 받은 구자철의 골로 점수 차를 2점(2-4)으로 좁혔다. 홍 감독은 경기 종료 12분을 남기고 수비에 치중하던 한국영을 빼고 공격수 지동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한국은 더 이상 골을 뽑지 못한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포르투 알레그리=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사막의 여우에게 물린 한국… 알제리에 2대 4 완패
입력 2014-06-23 06:00 수정 2014-06-23 0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