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사할린에 끌려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현지에서 자란 무국적 동포가 소송을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확인받았다.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의 후손이 정부를 상대로 국적 확인 소송을 내 승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판결이 확정되면 비슷한 무국적 동포들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는 김모(60·여)씨가 “대한민국 국적을 확인해달라”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 부모는 일제강점기에 러시아 사할린으로 끌려갔다가 결혼해 김씨를 낳았다. 이들은 귀국하지 못하고 러시아 국적도 취득하지 않은 채 현지에서 사망했고 김씨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사할린에서 무국적자로 살아온 김씨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사할린 희망캠페인단’의 도움을 받아 2012년 8월에야 뒤늦게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소송에서 “사할린으로 징용된 사람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 소련의 강제억류 정책 탓에 귀국하지 못했다”며 “혈통주의를 채택한 국내법에 따르면 사할린 한인은 애당초 국적을 이탈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대한민국 국적자(재외국민)”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우리나라 제헌 헌법과 제정 국적법 등을 근거로 김씨 주장이 이유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부모는 제헌 헌법 공포와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김씨 역시 출생과 동시에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판시했다.
서정학 기자 mideum@kmib.co.kr
사할린 징용 피해자 후손, 한국 국적 확인 소송 첫 승소
입력 2014-06-20 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