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한일합방은 하나님의 뜻’ 발언에 대해 일부 신학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자의적이고 왜곡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긴급신학토론회’에서 양현혜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는 “하나님의 공의라는 것은 약자의 자존을 세워주고 이들의 역사에 개입해 세상을 완성한다는 것”이라며 문 후보의 발언에는 강자 중심적 사관이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3·1운동 당시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한 기독인이 대대적으로 참여했는데 이것이 바로 불의에 맞서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가 구약의 한쪽 측면만 바라보는 등 편협한 신앙관을 가졌으며 게다가 신약의 예수정신은 외면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은규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는 “출애굽이라는 말 자체가 압제의 이집트에서 벗어난다는 반제국주의 사상을 내포하고 있다”며 “일부 신권정치 이데올로기가 없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구약에는 반제국·역사비판·사회정의·평화사상이 상당부분 스며들어 있는데 문 후보는 이런 면을 도외시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갈릴리에서 민중과 함께 하고 지배이론에 대해 반박한 예수의 삶을 이해한다면 ‘하나님의 뜻’을 함부로 말해선 안된다고 충고했다.
양 교수는 “구약에서 하나님의 꿈과 뜻을 말하고 불의에 저항한 이스라엘 예언자의 역할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3·1 운동 당시 유관순이 예언자적 저항을 한 것이다. 한국교회는 복음만 중요시하고 예언에는 귀를 닫았는데 이는 일종의 위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기독교단은 한일합방 당시 “한국인이 일한합병을 통해 특별한 국민으로 부활한 것이며 이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고 1944년에는 “교만한 적을 격추시킴으로써 천황을 위해 죽는 것이 한국인의 순교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문 후보의 발언이 전형적인 식민사관에 근거했다는 지적이다.
문 후보의 역사인식 자체가 천박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사를 전공한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은 “문 후보가 ‘조선 500년 허송세월했다’‘한국인은 게으르다’ 등 친일파 윤치호의 말을 인용만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던데 윤의 발언을 인용한 것 자체가 그의 역사인식이 유사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 500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는 것은 역사학자로서 분개할 만 하다”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적들이 모두 조선시대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일제식민지시대가 하나님의 뜻이라면 항일운동하거나 순교한 사람은 하나님에 거역한 것이 되나”고 반문했다.
교회에서의 발언을 사회에서 비판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일부의 주장도 반박했다.
김 교수는 “온전한 신앙인이라면 자신의 신앙관을 교회와 사회 양쪽에서 똑같이 구현하도록 해야지 교회의 발언은 사회속에서 면죄부가 돼야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과연 문 후보가 역사시험을 본다면 교회에서 한 자신의 발언이 옳다고 답을 적겠냐”라고 반문한 뒤 일상의 언어와 교회의 언어가 다를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은 “작금의 현실을 보면 1973년 NCCK가 내놓은 신앙선언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당시 신앙선언은 “우리는 하나님이 눌린 자와 약한 자와 가난한 자의 최후 옹호자임을 믿는다. 또한 하나님은 악한 세력을 심판할 것으로 믿는다. 주 예수가 메시아 왕국의 도래를 선포한 것을 믿는다. 메시아 왕국은 악한세력을 꺾고 재산 없는 자, 거부당한 자, 짓밟힌 자의 안식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돼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문창극 ‘하나님의 뜻’ 발언은 궤변…역사인식 천박해” 신학자들조차 쓴소리
입력 2014-06-19 15:59 수정 2014-06-19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