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전교조 ‘노조 아님’ 확정…법원, 박근혜정부 손들어줘

입력 2014-06-19 14:57
지난해 10월 정부에서 배달된 법외노조 통보문을 들어보이는 전교조 소속 교사. 사진=구성찬 기자, 국민일보DB

박근혜정부에 의해 ‘노조 아님’을 뜻하는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행정소송을 통해 이를 뒤집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합법노조에서 다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조가 됐다. 1989년 전교조 창립이후 반세기만에,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15년 만에 또다시 수난기가 시작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19일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10월24일 해직 교사들의 전교조 가입을 허용하는 규약을 고치지 않은 전교조에 교원노조법상 노조가 아니라고 통보했다. 전교조는 통보받은 그날 서울행정법원에 법외노조처분 취소소송 및 법외노조 통보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튿날인 10월25일에는 교육부가 교사들 월급에서 조합비를 원천징수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전교조에 발빠르게 통보했다. 전교조 소속 노조 전임자들도 즉각 학교로 복귀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행정법원은 그해 11월 집행정지 가처분은 받아들여 교육부의 전교조 인정 안하기 후속조치를 중지시키는 결정을 했다.

오늘 행정법원의 판결은 박근혜정부의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와 조합비 징수금지 등 일련의 후속 조치 모두를 승인한다는 뜻이다. 행정법원은 행정절차가 형식적 요건에 맞는지 판단하는 것이 주 목적인데, 재판부는 이 사안에 대해 “고용노동부 처분 근거인 교원노조법 2조는 합헌이며, 노조법 시행령 9조2항도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는다”라며 “이 사건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거나 신뢰보호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라고 판단했다. 정부 쪽 손을 들어준 것이다.

비록 1심이지만, 전교조가 행정부에 이어 사법부에서까지 ‘법외노조’ 판단을 받음에 따라 제2의 수난기가 예상된다. 전교조는 1989년 5월 창립한 뒤 그해 7월 당시 문교부에 의해 전교조 소속 선생님 등 1500여명이 파면 및 해임 처분을 받아 제자들 곁을 떠나야만 하는 일을 겪었다. 이번 행정법원 판결을 앞두고 국제노동기구(ILO)는 박근혜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ILO이사회는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보장할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도 채택했다. ILO는 노동 문제를 다루는 국제연합(UN)의 공식 전문기구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진보교육감 10명도 지난 16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행정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중앙정부 교육부와 지방정부 진보교육감 사이의 마찰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