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SBS 해설위원이 함께 월드컵 축구 중계를 하고 있는 아들 두리 해설위원을 응원하며 쓴 칼럼이 화제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다음스포츠 ‘차범근의 따뜻한 축구’에 아들 두리의 월드컵 첫 단독 중계 소식을 전하며 “나도 많이 긴장했다”고 적었다. 그는 “평소 축구를 정말 좋아하고 많이 알기 때문에, 그것도 자기팀이나 다를 것 없는 독일팀을 중계하는 일이라서 크게 걱정 안 해도 되는데 그래도 긴장이 되고 혼자 비행기를 태워서 보내는 마음이 ‘싸~!’했다”고 아버지의 마음을 전했다. 차두리 해설위원은 17일 오전 1시(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 포르투갈전을 현장에서 첫 단독 중계하면서 매끄러운 해설로 호평을 받았다.
차 해설위원은 이어 두리가 과거 독일 잡지와 진행한 인터뷰 일화를 언급하며 아버지 ‘차붐’에 못 미치는 실력을 미안해하는 아들에 대한 애틋한 심경을 드러냈다.
독일 잡지에서 선수들의 몸에 센서를 붙여놓고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 등을 던진 뒤 이를 심리학자가 분석했는데, 당시 두리는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 모든 기능이 흥분되고 정상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 차 해설위원은 “두리의 가장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질문이었던 것”이라며 “독일에서 두리를 상담하는 심리치료사도 두리에게 아버지로부터 벗어나라는 조언을 자주한다”고 밝혔다. 심리치료사도 두리에게 ‘아버지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가장 앞에 두고 생각하며 사는 것이 본인에게는 짐이라고, 벗어나야 삶이 가벼워진다고 조언한다는 것이다.
차 해설위원은 이어 “두리가 고등학교 시절, 합숙소 친구들이 모두 이탈을 했는데도 혼자만 ‘나는 아빠 때문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숙소에 남아 있던 기억이 난다”며 “두리에게 아빠는 자랑이기도 하겠지만 두리가 자유롭게 훨훨 날지 못하게 하는 족쇄이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나는 이렇게 커준 두리가 너무 감사한데 두리는 더 잘해서 아버지를 기쁘게 못해준 것을 늘 미안해한다”며 “얼마 전 차범근 스페셜 인터뷰를 보면서도 두리가 같은 고백을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렸다”고 했다. 그는 “오늘 우리 부자가 의기투합해서 한국팀을 응원하자”며 “나는 너가 있어서 정말로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다. 두리의 성공적인 첫 해설을 축하해주려고 말문을 열었는데 이렇게 말을 맺게 되었네. 우리 두리 파이팅!”이라고 적었다.
애틋하면서도 솔직한 차범근 해설위원의 글에 네티즌들은 “정말 따뜻한 감독님, 인생에서도 배울 게 많다”, “멋진 아빠, 멋진 아들이에요” 등의 댓글로 차 해설위원을 응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다음스포츠 ‘차범근의 따뜻한 축구(http://sports.media.daum.net/sports/chabum/newsview?gid=110260&newsId=20140617200752247#pageNumber=1)’
차범근 "두리 네가 있어 세상에 부러운 게 없다"
입력 2014-06-18 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