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이슈추적]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규제, 이대로 시행해도 되나?

입력 2014-06-18 14:46

[편집자주] 국민일보 쿠키뉴스는 국민 건강증진과 올바른 건강생활 정보 제공을 위해 'K이슈추적' 기획 연재를 시작합니다. 쿠키뉴스(K) 기자들이 생생한 보건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K이슈추적'은 보건의료 정책 평가와 대안 마련, 쉽고 재미있는 건강 정보 제공, 먹거리 안전 모색, 보건의료 산업 발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입니다. 이번 기획 연재가 불합리한 보건의료 분야의 관행을 개선하고, 올바른 정책 방향 제시와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제보 부탁드립니다.

<연재 순서>

①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규제, 이대로 시행해도 되나?

②불법 리베이트 규제를 품은 법규들… 어디까지 늘어날까?

③불법 리베이트 관련 규제 용어… 쌍벌제, 투아웃제, 약가연동제

④인터뷰: 권오훈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전무

복지부 “문제없다” VS 제약업계 “문제 산재”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에 따라 처벌이 대폭 강화된 내용을 담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령이 다음달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건강보험 급여목록 삭제라는 초강수를 둔 이번 규제는 영업과 마케팅 활동은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등 제약산업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시행일을 보름 정도 앞둔 지금도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되고 있다. 더 강력해진 규제가 국내 제약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거나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고 본래 목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정교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불법 리베이트 관련 규제들은 이대로 시행해도 문제가 없을까?

◇걸리면 끝장인데, 허용범위는 모호

이번 시행령의 핵심은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된 의약품은 건강보험 적용을 최대 1년까지 정지시키고, 같은 약이 2회 이상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되면 건강보험 급여목록에서 제외된다는 규정이다. 일명 ‘리베이트 투아웃제’이다.

전문의약품은 건강보험 적용이 1개월만 정지돼도 사실상 품목 삭제와 같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제약업계가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기준이라도 명확해야 한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현행 약사법은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제약사의 보건의료인에 대한 경제적 이익 등의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학술대회나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시판 후 조사 등에 대한 지원에 한해 일부 허용하고 있다. 제약기업 또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이윤추구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이런 규정 자체로도 다른 산업에 비해 제약산업에 대한 규제는 심한 편이고, 제약기업의 활동범위는 제한적이다.

이에 제약업계는 “경제적 이익 등의 제공 허용범위라도 현실에 맞게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고 토로한다. 반면, 정부는 “경제적 이익 등의 제공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는 입장이다.

제약산업은 공급자와 사용자 간의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전달이 특히 중요한데, 이는 넓은 의미의 판매촉진활동이다. 이런 판매촉진활동의 대상은 대부분 보건의료전문인이 대상이 된다.

특히 전문의약품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하지만 현행 규정에서는 정당한 활동조차도 해석에 따라 불법리베이트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판촉활동에 있어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제약사와 보건의료전문인 뿐만 아니라 환자와 같은 소비자에게까지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규정은 모호한데 건강보험 적용제외 등 처벌은 가중되고 있어 정상적인 판촉활동까지도 위축되고 있다”며, “허용되는 경제적 이익등의 범위에 강연, 자문, 시장조사 등과 같이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행위유형들은 약사법시행규칙에 명시하는 등 좀더 허용범위를 명확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건의료 현장의 현실을 모르는 규제

현재 법에 명시된 경제적 이익 등의 제공허용범위 또한 문제이다. 제약업계는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의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한 회사의 보건전문가 1인당 제품설명회를 월 4회로 제한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규정이다. 전세계 보건의료산업 분야의 윤리규정으로 인식되고 있는 IFPMA(International Federation of Pharmaceutical Manufacturers & Associations) 등의 가이드라인에도 제품설명회의 횟수를 제한하는 사례는 없다.

강연이나 자문 등 합리적인 활동들도 허용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질환과 이에 사용하는 의약품의 특성에 관한 정확하고 효과적인 정보제공을 위해서는 보건의료전문인들의 도움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허용규정이 명시되지 않아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제약사 직원들이 정보를 전달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시판후조사(PMS)에서 사례비 제공이 가능한 사례수를 법정 최소 사례수로 제한하는 것도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 경우이다. 예를 들면, 법정 최소 사례 수만으로 조사계약을 체결했을 때 조사대상 환자가 1명이라도 포기하면 해당 조사가 인정받지 못해 품목허가가 될 수 있다.

반면, 이를 고려해 법정 최소 사례수를 초과해 환자를 모집한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는 사례비를 지급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기업이 조사계약 당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약업계는 “사례비 지급이 가능한 법정 최소 사례 수에 일정 비율에 여유를 두어야 합리적인 조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피해최소화 및 과잉입법금지 등 형법 원칙 위배

7월부터 시행될 국민건강보험법만이 불법 리베이트를 처벌하는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약사법과 의료기기법 및 의료법에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수수행위자에 대해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직접적인 규정이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는 불법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해 관련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직접적인 규정이 있다.

제약업계는 “이미 처벌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처벌 규정을 입법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수단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피해최소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행 불법 리베이트 적발에 따른 약가인하 규제와 불법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상존하는 것은 동일한 행위에 대한 동일한 방식의 제제를 금지하는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퇴장방지의약품이나 희귀의약품 등은 급여정지나 제외 대신 불법 리베이트 제공일 전년도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100분의 40을 곱한 금액을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한 규정도 문제이다. 과징금의 상한액이 왜 전년도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40%까지로 정했는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약업계는 “과잉이법금지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며, “상한금액의 범위는 공신력 있는 데이터에 의해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부기관과 당사자 간의 협의절차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근 공동마케팅이 증가하는 추세에 따르면, 자기책임원칙도 위반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제품을 여러 회사가 함께 판매하는 공동마케팅의 경우에는 의약품 품목허가권자와 판매권자가 다르다. 따라서 판매권자가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해 보험급여 목록에서 제외되면 품목허가권자가 피해를 받게 돼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한해 책임을 진다는 형법상의 자기책임의 원칙에 위반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품목허가권자가 판매권자가 불법 리베이트를 하지 못하도록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제약업계는 “계약 시에 세세한 규정을 둔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모호한 규정에서는 모든 불법 리베이트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반면, 피해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보험급여 획득이 까다롭기 때문에 만약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권오훈 전무는 “투명성 강화를 통해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강력한 불법 리베이트 규제는 필수적”이지만, “필요이상의 과도한 규제로 제약산업의 정상적인 활동까지 위축된다면 제약산업과 보건의료환경의 발전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현행 불법 리베이트 규제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