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상륙돌격조 병장 이근호, “오랫동안 꿈꿔왔던 골…키핑패스로 알제리 격파”

입력 2014-06-18 09:05 수정 2014-06-18 15:49
ⓒAFPBBNews=News1

상륙돌격조 이근호가 결국 일을 냈다. 현역 군인 신분으로 유일하게 2014 브라질월드컵 한국대표팀에 소속된 이근호는 18일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대회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후반 22분 오른발 슛으로 한국 축구의 체면을 세웠다. 1대1 무승부. 그가 없었으면 힘들었다.

이근호는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골이고 기다려왔다”라고 기뻐했다. 그는 “현실이 되다보니 실감이 안난다”고 덧붙였다. 또 “슛팅감이 좋았고 자신감이 아무래도 실려서 운까지 따르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근호는 오늘의 무승부에 대해 “경기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다음에 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 대표팀의 다음 경기는 23일 오전 4시 알제리와의 승부다. 이근호는 “저희가 해왔던 키핑패스 그걸 주무기로 알제리전 준비를 잘해서 꼭 승리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근호는 2군 밑바닥에서 한국 대표 공격수로 거듭난 선수다. 2005년 인천 부평고를 졸업하고 인천에 입단한 이근호는 3년 동안 2군에서 뛰었다. 대학은 엄두도 못냈고, 2군 팀은 퇴단 위기까지 겪었다. 척박한 환경에서 노력을 다한 이근호는 2007년 대구 FC에서 공격수로 두각을 나타냈고, 1군에 올라간 지 2년만에 국가대표팀 주전을 꿰찼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선 한국의 무패 행진을 이끌며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불렸다.

하지만 이근호는 정작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해외진출도 여의치 않았다. 그리고 선택한 곳은 군대. 월드컵도 올림픽도 빗겨가야만 했던 그는 박주영 등 병역혜택을 입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국군체육부대에서 전의를 다졌다.

2014 브라질월드컵 입소식 때 이근호는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군복을 입고 나타났다. 상의는 회색, 하의는 짙은 카키색에 베레모를 쓰고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노란 리본을 왼쪽 가슴에 달았다. 왼쪽 팔에는 국군체육부대를 상징하는 부대 마크가, 그 아래는 ‘상병’ 이근호를 나타내는 막대 3개의 계급장이 붙어있었다. 5월엔 상병이었지만, 지금은 병장이다. 제대는 9월이다.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키운 이근호. 이번 월드컵은 그를 위한 무대다.



우성규 이혜리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