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진보교육감 13명은 노무현 당선보다 더 큰 의미”

입력 2014-06-17 17:39
사진=국민일보DB

“진보 교육감 13명은 노무현 당선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철학자 김용옥(66) 한신대 석좌교수가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등 전국 광역시?도 13명의 진보 교육감들에 기대감을 표시하며 한국교육 발전을 위해 조언을 던졌다.

김 교수는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혁신 교육감 시대를 위한 도올의 교육입국론’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근혜의 휘브리스(과신)가 박정희 신화 그 자체를 소멸시키고 있는 상황에서도 혁심 교육감 시대가 도래했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어 “이번 6?4 지방선거는 ‘가만히 있으라’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표출된, 기존 세력의 역사몰이 전체에 대한 응징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순결한 단원고 학생들은 우리 시대의 교육이 저지른 죄업이 희생양”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17명의 교육감 자리 중에서 13석을 진보세력이 차지했다는 것은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보다도 더 큰 역사적 의의를 갖는 사건이다”라며 “노무현도 ‘바보’가 되고 말았던 부산과 경남 지역마저 진보교육의 정신에 겸허하게 자리를 양보했다는 것은 군사독재 시절의 부마민중항쟁에 비견할 수도 있는 민중역량의 표출“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13명의 진보교육감이 자리를 확보했다는 사실은 한국 역사의 진보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더없는 기회인 동시에 더없는 위기상황이다”라고 진단한 뒤 “진보교육감들이 ‘진보교육’이 과연 무엇인지를 모른다면, 오직 기존의 악에 대한 혁신적 해체만을 진보교육으로 생각한다면, 보수주의자들이 요구하는 교육의 디시플린(규율)과 기강과 질서의 감각을 포용하지 못한다면, ‘진보교육’은 국민대중의 외면의 구렁텅이로 전락하게 될 것이며 그 추동의 구심력을 상실할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들이 민중에게 또다시 오욕의 인상을 던져준다면 오늘의 기쁨은 이 민족으로부터 영원히 진보의 가능성을 앗아가는 비극이 될 것이다”라며 승리의 구가가 아닌 반성을 촉구한다고 끝맺었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