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는 후반 19분 중원에서 거침없이 드리블을 하다, 같은 편 이과인에게 패스했다. 자신의 전매특허인 원투 패스, 드리블하다 볼을 넘기고 이어 다시 받은 뒤 거침없이 쏘는 슛이다. 메시는 보스니아 수비수 3명을 제친 뒤에는 아예 골문을 보지도 않고 왼발로 감아 볼을 찼다. 공은 커브를 그리며 왼쪽 골포스트 안쪽에 맞은 뒤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키퍼가 개구리처럼 온몸을 쭉 뻗었지만, 볼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메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그 모습 그대로의 골. 월드컵 통산 2번째 골이자, 2014 브라질월드컵에선 첫 골이다. 또 월드컵 출전 623분간의 침묵을 깨는 골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처럼 10번 등번호를 가진 자신의 셔츠를 쥐어뜯으며 메시는 포효했다.
경기는 아르헨티나가 2대 1로 승리했지만, 사실 아르헨티나가 넣은 골은 1개뿐이다. 전반 3분 보스니아의 자책골로 앞서간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골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내전과 학살, 독립 등의 과정을 거쳐 사상 첫 월드컵 무대를 밟은 보스니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아르헨티나의 문을 두드렸다. 메시의 골 20여분 뒤 베다드 이비세비치가 조국 보스니아에 월드컵 첫 골을 안겼다. 보스니아는 동점골까지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같은날 치러진 E조 1차전에선 스위스가 에콰도르를 역시 2대 1로 이겼다. 같은 조 프랑스는 월드 클래스 수준의 기량을 보여주며 온두라스를 3대 0으로 격파했다. 17일 새벽 1시에는 조별리그 1차전 최고의 빅 매치인 독일과 포르투갈의 격돌이 기다리고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