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고시 폐지를 주장했던 정종섭 한국헌법학회장이 13일 행시 출신 관료들의 집단인 안전행정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인선을 발표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정 후보자에 대해 “뚜렷한 소신과 개혁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공직사회의 적폐를 해소하고 중앙과 지방정부 간에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그가 로스쿨협의회이사장 당시 행정고시 폐지를 주장했던 점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정 후보자는 2011년 12월 법률신문이 ‘로스쿨이 중심이 되는 미래의 법조계 발전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특집좌담회에서 로스쿨 졸업생들의 정부 영역으로의 진출 확대를 강조하며 행시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재판보조인력은 처우를 낮추더라도 가능하면 정원을 많이 늘려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며 “검찰과 중앙정부,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로 그런 보조인력을 가능한 많이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자원들이 행정부 등 정부 영역에 들어가서 활동하는 것이 옳다는 측면에서 보면 행정고시 제도는 이제 폐지해야 한다”며 “진입 장벽을 없애 수시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 해 11월 열린 ‘로스쿨 졸업생 직역확대와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 및 심포지엄에서도 그는 “다양한 전공의 학부 4년과 3년의 전문적 법학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재가 배출됨에도 이들을 맞이할 새로운 사회적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각종 고시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의 발언에 행시 수험생들은 법조계 집단이기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일부 학생들은 그가 쓴 헌법 교과서의 화형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같은 과거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관피아 척결’ 등 관료사회 개혁이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향후 장관직 수행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혹 행시 폐지 등의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헌법전문가인 정 후보자는 2012년 2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치권과 인연을 쌓았다. 당시 공천심사위원장은 정홍원 국무총리로 두 사람 모두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정종섭 후보자(오른쪽)가 2012년 2월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정홍원 공심위원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국민일보 DB
정종섭 안행부장관 후보자 과거 "행시 폐지" 발언 관심
입력 2014-06-13 1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