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칠 게 따로 있지" 월드컵 원정응원 사기치고 1억원 든채 튀어

입력 2014-06-13 11:20

2014 브라질월드컵 원정응원단을 모집한 인터넷 카페 운영자가 1억원이 넘는 경비를 들고 잠적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김모(32)씨 등 피해자 17명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본선 조별리그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15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편을 이용해 브라질로 떠날 예정이었다. ‘브라질 2014 기필코’란 이름의 카페 운영자 박모(31)씨가 계획한 15박16일 여행 일정 경비는 520만원으로 다른 여행사보다 200~300여만원이나 저렴해 회원들의 관심이 높았다. 회원들은 항공 및 숙박료, 현지 교통비용, 경기입장권 등의 명목으로 1인당 520만원씩을 박씨의 계좌로 입금했다.

하지만 출국 닷새전인 10일부터 박씨와 연락이 닿질 않았다. 한 회원이 여행경비 입금 당시 확인차 받아뒀던 박씨의 신분증 사본 주소로 찾아갔으나 가족은 물론 지인과도 연락이 안 됐다. 뿐만 아니라 이미 현지 여행사와 조율이 끝났다는 박씨의 말과 달리 전체 대금의 10%만 지불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권 대금 미납으로 12일 항공권 발권 취소 통보를 받은 이들은 결국 관할 경찰서에 박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사기 피해자 중에는 8년간 위암 투병을 하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브라질 월드컵을 결심했던 30대 남성부터 정년퇴직 후 아들과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한 아버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6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비를 모은 20대 학생 등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특히 이들 외에도 해외에서 브라질 현지로 합류하거나 조별리그 2차전에 맞춰 후발대로 떠나기로 한 회원들이 있어 피해 규모가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경찰은 박씨의 주소지가 있는 울산 동부경찰서로 사건을 이송해 본격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확인 결과 박씨의 계좌에서 이미 회원들의 입금액이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브라질 2014 기필코 사이트 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