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는 11일 자신의 블로그 나마스테 코너에 ‘모순’이란 글을 올렸다. 집안으로 쏟아지는 한 조각 햇볕아래 몸을 둥글게 말고 자고 있는 애견의 사진을 함께 보여줬다. 그는 “동물은 먹지 않지만, 바다 고기는 좋아해요”라며 “개는 사랑하지만, 가죽 구두를 신죠”라고 했다. 또 “우유는 마시지 않지만, 아이스크림은 좋아해요”라고 한데 이어 “반딧불이는 아름답지만, 모기는 잡아 죽여요”라고 했다. 모기를 잡아 죽이는 것은 다수가 그렇다.
이효리의 사고는 더 깊어진다. 그는 “숲은 사랑하지만, 집을 지어요”라고 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다음 행은 조금 길다. 이효리는 “돼지고긴 먹지 않지만, 고사 때 돼지머리 앞에선 절을 하죠”라고 노래했다. 돼지머리 앞에서 절하는 것은 기독인이 저어하는 일이지만, 미풍양속인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솔직한 심경은 이제부터다. 이효리는 “유명 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에 이어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긴 싫죠”라고 털어놓았다. 어린 나이 최정상에 올라가 본 스타들이 느끼는 감정 그대로다. 이효리는 또 “소박 하지만, 부유하고”라며 “부유하지만 다를 것도 없네요”라고 했다.
시를 쓸 수 있는 이효리, 그의 마지막 행은 “모순 덩어리 제 삶을 고백합니다”였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