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된 이효리, 블로그에 “모순 덩어리 삶을 고백합니다”

입력 2014-06-12 16:21
위 사진=국민일보DB, 아래 사진=이효리 블로그

가수 이효리가 이번엔 시인이 됐다. 걸그룹 핑클 시절 국민요정에서 솔로 섹시 가수로, 이어 몸빼 예능인에서 동물운동가로 분한 그가 이젠 확실히 파워 블로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네이버의 이효리 블로그는 소길댁이란 닉네임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그는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긴 싫죠”라고 했다. 솔직하면서도 진솔한 고백에 댓글만 2000여개가 쏟아졌다.

이효리는 11일 자신의 블로그 나마스테 코너에 ‘모순’이란 글을 올렸다. 집안으로 쏟아지는 한 조각 햇볕아래 몸을 둥글게 말고 자고 있는 애견의 사진을 함께 보여줬다. 그는 “동물은 먹지 않지만, 바다 고기는 좋아해요”라며 “개는 사랑하지만, 가죽 구두를 신죠”라고 했다. 또 “우유는 마시지 않지만, 아이스크림은 좋아해요”라고 한데 이어 “반딧불이는 아름답지만, 모기는 잡아 죽여요”라고 했다. 모기를 잡아 죽이는 것은 다수가 그렇다.

이효리의 사고는 더 깊어진다. 그는 “숲은 사랑하지만, 집을 지어요”라고 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다음 행은 조금 길다. 이효리는 “돼지고긴 먹지 않지만, 고사 때 돼지머리 앞에선 절을 하죠”라고 노래했다. 돼지머리 앞에서 절하는 것은 기독인이 저어하는 일이지만, 미풍양속인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솔직한 심경은 이제부터다. 이효리는 “유명 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에 이어 “조용히 살지만, 잊혀지긴 싫죠”라고 털어놓았다. 어린 나이 최정상에 올라가 본 스타들이 느끼는 감정 그대로다. 이효리는 또 “소박 하지만, 부유하고”라며 “부유하지만 다를 것도 없네요”라고 했다.

시를 쓸 수 있는 이효리, 그의 마지막 행은 “모순 덩어리 제 삶을 고백합니다”였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