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보고가 뭐길래…주유소 업계와 정부 맞장뜨나

입력 2014-06-09 18:11

정부와 주유소업계가 오는 7월 ‘석유제품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제도’ 시행을 앞두고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오는 12일 전국 3029개 회원 주유소가 참여하는 1차 동맹휴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추진하는 주간보고는 가짜 석유 근절에 효과가 없고, 경영난에 처한 주유소에 부담을 지울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간보고의 최대 수혜자인 한국석유관리원의 이사장과 상임이사가 산업부 출신임을 감안하면 이는 산업부 ‘관피아’를 위해 산하기관인 한국석유관리원의 몸집을 불리려는 정책”이라며 “정부가 대형마트와 농협, 삼성토탈 등 대기업과 공기업을 앞세운 시장개입정책으로 업계를 몰아세우는 것도 모자라 한국석유관리원이라는 ‘관피아’를 내세워 시장을 통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 61개, 경기도 355개, 인천 139개 등 수도권 555개 등으로 직영 및 임대 주유소를 제외하면 참여율은 60%정도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동맹휴업은 국민 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가져오는 불법 행위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할 방침”이라고 응수했다. 정부는 정유사 직영 주유소 1600여개, 임대 주유소 1000여개 등은 정상영업할 예정이라 소비자들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는 11일 지방자치단체에 소비자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지자체 및 석유관리원과 석유수급특별단속반을 운영해 동맹휴업에 참여하는 주유소 및 주유소협회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렇게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게 된 배경에 7월1일부터 시행키로 한 ‘주간보고제도’가 있다. 주간보고란 석유 수급 관리와 시장 투명성 확보를 위해 석유사업자들이 석유제품을 들여오고 내보낸 물량, 재고 상황 등 거래 현황을 정부에게 보고하는 제도다. 지금까지 매달 1차례 보고했지만 법 개정에 따라 7월부터 주1회 보고로 바뀐다. 월간 단위 보고로는 가짜 석유를 파는 주유소를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부가 요구해 이를 단축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보고 횟수가 늘어나는데 따른 사업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산시스템도 도입했다. 이에 따라 과거 매달 한 차례 수기로 기록하던 보고서를 매주 전산시스템을 통해 입력하게 된다.

사업자들은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날 뿐 아니라 실제 단속 효과는 적을 것이라며 주간보고제도 철회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 입장이 강경하자, 2년간 시행을 늦춰달라고 한 발 물러섰다. 이에 정부는 다음달 1일 시행하되 6개월간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사업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이들은 동맹휴업을 결의하면서 정부가 2년간 주간보고제도 시행을 유예한다면 휴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지난 4월 주유소협회 회원들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서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