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인 5·18 묘비 상석에 구둣발 올려… ‘구설’

입력 2014-06-09 11:28
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인이 지난 5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된 고 윤영규 전 전교조 초대위원장의 묘 상석에 구둣발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남도일보 제공

윤장현 광주시장 당선인이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된 고 윤영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초대위원장의 묘 상석(床石)에 구둣발을 올리는 결례를 범했다.

윤 당선인은 오는 7월 1일 공식 취임식을 하게 되지만 광주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공인’의 신분으로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석은 묘 바로 앞 직사각형 모양의 제단으로 음식물을 올려놓고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한다.

윤 당선인은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첫 일정으로 지난 5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공천을 받아 우여곡절 끝에 제6기 민선 시장으로 선출된 그는 같은 당 이낙연 전남지사 당선자, 임내현 광주시장 위원장, 박주선 의원, 5개 구청장 당선자 등 50여명과 동행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광주시민들의 살림을 책임지는 민선 장으로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해 이 곳을 찾았다. 5·18묘지에 도착한 윤 당선인은 5월 영령들에 대한 헌화와 분향, 묵념 등을 마친 뒤 안장된 민주열사들의 묘를 둘러봤다. 맨 처음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을 마지막까지 사수한 박관현 열사의 묘비를 쓰다듬고 잠시 상념에 잠겼다.

윤 당선자는 이어 윤영규 전 초대위원장 묘 앞에서 멈춰 섰다. 그는 묘비를 향해 “보고 싶습니다. 잘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눈시울을 잠시 붉혔다.

하지만 윤영규 전 최대위원장의 묘비를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쓰다듬기 위해 다가서는 과정에서 무심결에 상석에 왼쪽 발을 올려놓는 실수를 저질렀다.

윤 당선인은 5·18묘지 방명록에 “위대한 광주의 선택, 님들의 명령입니다. 위대한 시민정신 받들어 당당한 광주 만들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앞서 5·18묘지에서는 2007년 5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후보에 이어 2011년 1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2012년 1월 문성근 민주통합당 전 최고위원이 고 홍남순 변호사와 고 박관현 열사의 묘지 상석을 발로 밟아 여론의 혹독한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광주지역에서는 윤 당선인이 “상석을 밟아 욕을 먹은 3건의 사례가 이미 수년전에 발생했다”며 “시민들과 소통을 강조해온 윤 당선인이 여론에 너무 둔감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광주시민들은 “고의성은 없었겠지만 음식을 놓는 상석에 짧은 순간이나마 구둣발을 올려놓은 것을 결코 칭찬할 수는 없다”며 “윤 당선인은 ‘시민운동의 대부’로 활동할 때보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도 “윤 당선인은 임기동안 의회는 물론 언론과 시민단체의 엄중한 견제와 감시를 받게 될 것”이라며 “애교로만 봐 줄 수 없는 행동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