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내꿈을 돌려주오’ 위안부 피해 배춘희 할머니의 소녀 아리랑

입력 2014-06-08 15:51
사진=트위터 @pyonghwabi

또 하나의 꽃이 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나눔의 집’은 8일 배춘희 할머니가 오전 5시쯤 경기도 광주에 있는 공동체 나눔의 집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밝혔다. 향년 91세다. 배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 등록 위안부 피해자 237명 가운데 생존자는 54명으로 줄었다.

트위터엔 하루 종일 추모가 이어졌다.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이란 이름의 트위터 @pyoghwabi는 배 할머니에 대해 “19세에 강제 동원되어 4년간 모진 고통을 겪으셨고, 아리랑을 즐겨 불렀습니다”라고 했다. 배 할머니 생전 사진을 첨부한 이 글은 1673회 이상 리트윗되면서 전파됐다. 트위터리안 @psy******는 “할머니~ 부디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나세요”라며 “그곳에선 부모님 사랑 많이 받고, 사랑스런 소녀의 모습 그대로 사세요”라고 말했다.

배 할머니가 즐겨 부른 노래는 정확하게 말하면 ‘소녀 아리랑’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스토리를 엮은 노래다. 지난 1월 이곳을 찾은 박근혜정부 초대 총리인 정홍원 전 총리는 배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서 있다. 배 할머니의 구슬픈 목소리에 말없이 박자만 맞추었다. 박근혜정부는 외교부와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 인권의제로 호소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음은 지난 1월 배 할머니가 생전에 부른 ‘소녀 아리랑’ 가사와 영상이다. 잘 들리지 않는 부분은 *로 처리했다.

**** 맨드라미. 너와 함께 공부하던

내 어릴 적 열세 살, 그 추억은 어디 갔나

내 나라 빼앗기고, 이내 몸도 빼앗겼네

천리타국 끌려가, 밤낮으로 짓밟혔네

오늘도 아리랑, 눈물 쏟는 소녀 아리랑

내 꿈을 돌려주오. 내 청춘을 돌려줘요.



단발머리 곱게하고, 아롱다롱 수를 놓듯

내 어릴 적 열네 살, 푸른 꿈은 어디 갔나

엄마 따라 장에 가서, 분홍치마 입어보듯

내 어릴 적 열다섯, 그 추억은 어디 갔나

이 나라 빼앗기고, 이 내 몸도 빼앗겼네

만리타국 끌려가, 밤낮으로 짓밟혔네

오늘도 아리랑, 눈물 쏟는 소녀 아리랑

내 꿈을 돌려주오. 내 청춘을 돌려줘요.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