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모 교회에 출석하는 여성 집사가 장로 또는 권사 취임 때 헌금의 적절성 여부를 묻는 글을 자신의 교회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잔잔한 파문을 낳고 있다.
지난 6월1일 통합게시판에 글을 띄운 이 집사는 자신을 광주 첨단지구 모 병원에 근무한다고 소개했다. 이 집사는 ‘우리교회에서도 장로 권사 취임시 돈을 내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10년 넘게 일하는 직장의 동료 50여명 중에서 교회에 다니는 이들이 드물었는데 다행히 올 들어 몇 명이 직장에서 가까운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서두를 꺼냈다.
하지만 그는 이어진 장문의 글에서 얼마 전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동료직원 중 한명이 조심스럽게 물어볼게 있다며 권사가 될 때 교회에 돈을 내야 하느냐는 낯선 질문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동료직원의 이모가 이번에 권사가 됐는데 교회에서 200만원을 내라고 했다는 것이다.
글을 쓴 집사는 고민스런 어투로 “권사가 된 당사자는 감사헌금으로 20만~30만원 정도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당황스럽고 부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본인 역시 처음 들어보는 얘기라 어쩔 줄 몰랐지만 교회에 막 다니기 시작한 동료가 걱정돼 자신의 교회 상황을 전해줬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교회에서 장로, 권사 직분은 세상의 계급이 아니고 섬기는 일꾼일 뿐이다. 선거운동조차 일체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동료직원 앞에서 펄쩍 뛰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이에 관한 의문을 풀기 위해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다수 검색해본 결과 실제 관행은 대부분 교회가 헌금을 내라고 하는 거 같아 정말 놀랐다고 했다.
“물론 다 이유야 있겠죠. 교회에서 행사를 치르려면 초빙 목사님들 인사비도 드리고 기념품도 만들고 식사제공도 해야 되니 아무래도 돈 들어 가겠지요, 그런데 그렇다고 돈을 내야 한다면 세상과 다를 바가 뭐가 있으며 돈은 돈대로 받고 교회에서 장로, 권사직은 섬기는 직분이니 열심히 충성해야 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는 “세상이 투명하게 바로 서려고 몸부림치고 있는데 하물며 교회가 빛과 소금이 되기는커녕 지탄받는 일들을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전제한 뒤 “한참 믿음으로 성장해야할 그들이 이런 관행을 알게 될까 두렵다”고 강조했다.
“우리교회만이라도 이런 관행을 철저히 뿌리 뽑기 위해 당회에서 무언가 정해놓고 모든 의식을 간소화시켜야 한다. 교회 잘 섬기라고 간단히 식사대접만 하고 모든 성도들이 그냥 순수하게 축하하고 격려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교회만이라도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주변에 말하고 우리 자녀들까지 유사한 문제로 갈등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
그는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하나님의 경고 메시지를 가슴깊이 받아들이고 자신과 가족들을 잃고 통곡하시는 유가족들과 마음을 같이하며 나와 내 가정, 우리 교회가 변화와 개혁의 물결에 함께 동참할 수 있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문제의 글을 맺었다.
교회 측은 이 글이 게시된 당일 즉각적 답변을 통해 “우리교회는 임직을 위한 강요된 헌금은 일체 없다. 십일조와 감사, 그리고 선교 목적 이외의 다른 헌금 또한 되도록 하지 않으려는 것이 교회의 전통이다. 헌금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사역도 강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교회”라고 해명했다.
교회 측은 또 “임직에 관련된 예식이나 절차 등에 관해서는 교회에서 부담하는 것과 임직자 개인이 부담하는 것이 구별되어 있다”며 “과한 접대와 허례허식은 원치 않는다. 당회와 교회 모든 성도들도 그렇게 원하실 줄 믿는다”고 밝혔다.
다른 신도는 이틀 후 댓글에서 “교회지도자들이 복음적이지 못하고 성도들 유혹해서 한국 교회가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게 가슴 아프다”며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고 교회 중직자들이 잘못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 교회는 한번도 헌금을 강요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임직에 관해서 당회에서 충분한 절차를 거쳐 교회행정의 최고 의결기관인 제직회에 보고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게시판 글에 대해 광주지역 교회 구성원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광주의 한 교회 신도는 “교회를 포함한 종교계 등 각계각층의 고질적 촌지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교회가 앞장서 그릇된 촌지문화와 헌금관행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교회 신도는 “장로, 권사 임직시 스스로 원해서 헌금하는 것까지 막을 필요가 있겠느냐”며 “각 교회의 전통과 관행에 따라 상식적 범위에서 헌금을 하고 단지 강요만 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전도사는 “이 글을 통해 그동안 감추고 싶었던 일부 교회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떳떳한 헌금이라면 누구보다 하나님 앞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이 통합게시판에 오른 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으로 광주지역의 대표적 교회 중 한곳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장로·권사 취임때 돈 내야하느냐”… 여성 집사의 글 ‘잔잔한 파문’
입력 2014-06-06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