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성적표 받아든 진보정당의 앞날은?

입력 2014-06-05 15:08

6·4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은 쓰디쓴 참패를 맛봤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등 진보정당은 전국 기초단체장 선거 226곳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혐의 사건, 정당해산심판청구 사건 등으로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통진당은 광역단체장 후보 12명, 기초단체장 후보 41명을 내며 반전을 모색했다. 하지만 이미 등돌린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진보정치의 1번지로 불리는 울산에서 통진당 소속 현역 구청장들이 재선에 실패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울산 북구의 윤종오 후보는 43.06%를 얻어 44.94%를 얻은 새누리당 박천동 후보에게 패배했다. 울산 동구의 김종훈 후보도 40.44%를 얻어 새누리당 권명호 후보(44.94%)에게 구청장 자리를 내줬다.

정의당의 성적표 역시 초라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조승수 후보는 26.43%를 얻는 데 그쳤다. 김기현 새누리당 후보가 득표율 65.42%로 압승하는 것을 막기엔 힘이 부쳤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배진교 인천 남동구청장도 분루를 삼켰다. 재선 도전한 배 후보는 49.71%를 얻어 새누리당 장석현 후보(50.28%)에게 0.57% 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진보정당은 광역·기초의원 선거에서 비로소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었다. 통진당은 광주, 울산, 전남, 경남 등에서 광역·기초의원 37명을 당선시켰다. 정의당은 인천, 대구, 경기 등에서 10명, 노동당은 서울, 경남 등에서 7명이 당선됐다.

이들은 냉담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며 쇄신 노력에 힘쓸 것을 다짐했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5일 오전 공동선대위원회에서 “새로운 세상을 향한 국민의 열망은 더욱 커졌지만, 이를 온전히 담아내야 할 진보정치는 분열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따가운 평가를 받았다”며 “단결과 헌신만이 진보정치를 되살릴 수 있는 첫 마음임을 되새긴다”고 말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선대위 회의 발언을 통해 “정의당은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고, 정의당이 아직 대안의 진보정당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심상정 원내대표도 “정의당의 초라한 성적표를 무겁게 받아드린다”며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 숙고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