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마이애미/미국 경기장의 안전 조치... "설마가 사람 못 잡도록"

입력 2014-06-05 11:33

*사진은 체육 화상에



“주머니 안에 있는 걸 모두 꺼내세요.” 보안요원들이 길게 줄을 선 사람을 향해 소리를 지릅니다. 그리고는 한 명씩 휴대용 금속탐지기로 온몸을 훑습니다. 가방을 가진 사람은 뒤로 돌아 가! 가방을 열어 보는 검색 라인(Bag check)이 따로 있으니까요. 가방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검색 라인(No bag)에서도 우산이나 물병 등은 반입할 수 없습니다.

잉글랜드와 에콰도르의 축구 대표팀의 평가전이 열린 5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선 라이프 스타디움 입구의 풍경입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공공장소에 대한 보안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각종 경기장도 예외가 아니죠. 잉글랜드-에콰도르 평가전을 보러 온 현지 축구팬들은 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웃고 소리를 지르며 들떠 있었습니다. 깐깐한 검색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 검색이 몸에 밴 때문이겠지요.

잉글랜드 국기를 몸에 휘감은 채 경기장을 찾은 폴 박스터(22)라는 청년은 “안전을 위해선 어쩔 수 없는 불편함”이라며 “한국에서는 경기장에 들어갈 때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도 야구장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올해 초 30개 구단에 2015년까지 야구장에 휴대용 금속탐지기와 금속 탐지 게이트를 설치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현재 메이저리그 야구장은 안전을 위해 휴대용 짐의 규격을 제한하고, 입장 전 선택적으로 가방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테러 위험성이 커지자 금속 탐지 시스템 도입을 결정한 겁니다.

한국인이 미국 경기장에 처음으로 가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고 짜증이 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다는 게 미국 보안당국의 생각입니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지요. 최근 한국에서 “설마 괜찮겠지” 하다가 참사가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이날 선 라이프 스타디움을 찾은 2만여 명의 축구팬들은 곳곳에 배치된 무장경찰들의 보호 속에서 먹고 마시며 경기를 즐기다 밝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났습니다. 참, 이날 승부는 2대 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습니다. 마이애미=글·사진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