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명보 감독 “브라질월드컵 목표는 조별예선 통과”

입력 2014-06-05 09:56

한국축구 대표팀의 홍명보(45) 감독이 2014 브라질월드컵 목표를 조별리그 통과라고 밝혔다.

홍 감독은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느나 지친 선수들에게 휴식을 준 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턴베리 아일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목표는 조별예선 통과가 아니겠는가”며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목표를 조별예선 통과에 두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 감독과의 일문일답.

-현재 기분은 어떤가.

“가나와 평가전을 치르고 브라질에 가는데, 좋은 훈련을 하다가 가고 싶다. 어제 우리 선수들 3~4명 정도에게 미열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체크해 보니 모두 정상 컨디션을 회복해 다행이다. 이 시점에선 몸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전지훈련은 순조롭게 진행 중인가.

“첫 소집 때에는 부상 선수들에 대한 관리에 신경을 썼고, 이후에 들어오는 선수들에 대해선 몸 상태 체크에 신경을 썼다. 파주에서는 심폐 기능, 지구력 위주의 훈련에 신경을 많이 썼다. 튀니지와의 평가전에선 선수들의 몸이 무거웠다는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지구력에 파워가 겸비돼야 하는데 파주에선 그 훈련은 하지 않았다. 마이애미에선 파워 훈련이 큰 목저이다. 개인적으로 훈련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사이클에 대해 설명해 달라.

“계단식으로 훈련 강도를 올리다가 어느 순간에 아주 강한 훈련을 하면 다음 날에 30~40%로 떨어뜨린 후에 다시 올라가는 사이클 형태를 그린다. 매일매일 사이클을 체크하고, 훈련량과 강도, 피로도 등을 전체적으로 보고 훈련 계획을 잡고 있다.”

-마이애미 훈련의 키워드는.

“경기를 할 수 있는 몸 상태와 조직적인 면 등을 생각하고 있다.”

-홍정호는 언제부터 정상적인 훈련이 가능한가.

“내일부터 정상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 굳이 무리할 상황은 아니다. 11명만 가지고 월드컵 경기를 치르기는 힘들다. 다른 선수들이 나와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하면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곽태휘와 황석호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

-선수 선발과 교체 과정에서 말이 많았는데.

“내가 경험한 월드컵은 어느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선수 선발부터 마지막에 김진수를 교체할 때까지 철저하게 준비돼 있지 않았다면 어려움을 겪을 위기가 될 수 있었다. 나도 2002 한일월드컵에서 프랑스와 평가전을 치른 후 열흘 동안 운동을 하지 못했고 첫 경기 일주일 전에 합류했다. 김진수와 박주호를 둘 다 데려갈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처음부터 알 수 있었다. 철저하게 대비를 했다.”

-지동원의 조커 가능성은.

“선수들은 선발이든 조커든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략적으로 조커로 나가야 하는 선수들은 조커에 대한 역할에 대해 충분히 준비를 시킬 계획이다. 지동원은 팀에서 조커 역할을 하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현재 컨디션도 썩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의 한 수’와 같은 전술은 있나.

“아직까지 ‘신의 한 수’는 없다. 준비하는 단계에 있고, 밝히기에도 시간이 이르다.”

-러시아·벨기에·알제리의 전력은 어떻게 보나.

“러시아-모로코의 평가전이 끝나면 안토 코치가 와서 본격적으로 러시아의 전술적인 성향과 선수 구성에 대한 평가를 할 것이다. 세 팀 도무 모두 굉장히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팀들이 지금 100%의 컨디션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가나와의 평가전에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우리에게는 부상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 경기보다는 플레이 자체가 잘 맞아야 할 것이다. 조직적인 면을 강조할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리더가 안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큰 대회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리더의 역할을 경기장 안에서 한다는 게 분명히 중요하지만 이쪽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이쪽에 있는 선수들이 좋은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팀이 흔들릴 때 리더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지만 그 역할은 지금 있는 선수들도 자기 위치에서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첫 경기가 아주 중요한데.

“우리가 100% 러시아전에 올인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2경기가 남아 있다. 러시아전 결과에 따라서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기에 중요한 경기다. 러시아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것은 사실이지만 3경기를 모두 잘 할 수 있는 체력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3경기 모두 준비하고 있다. 거기에서 러시아 경기가 제일 중요할 뿐이다.”

-상대국이 우리의 전력을 분석하지 않는 모습인데.

“남들이 우리를 무시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거기도 분명히 올해 1월에 우리가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할 때 전력 분석을 위해 온 것을 알고 있다. 우리 팀을 분석하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나전에서 전력 노출 여부는.

“축구라는 게 가린다고 가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볼 것이다. 부상 우려 등 전체적으로 보고 선수를 선발할 생각이다.”

-마이애미 전지훈련을 색깔로 표현한다면.

“우리가 하얀색에서 시작해 브라질월드컵 때에 우리 색깔인 빨간색이라고 하면 지금은 분홍색 정도라고 본다.”

-런던올림픽 직전과 지금 박주영은 어떤 차이가 있나.

“컨디션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보이는 선에서 경기 감각이 거의 비슷하다고 평가를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그때와 차이가 있다. 올림픽 때보다 지금이 더 좋다.”

-올림픽 때와 달라진 점은.

“런던올림픽 때에는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았다. 올림픽 이후에 해외로 많이 갔는데 이후 1년 정도 방황의 시간들을 보낸 것 같다. 첫 해외 진출, 외국선수들과의 경기와 훈련 등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정신적으로 선수들이 아주 많이 강해지고,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낀다.”

-기성용의 역할은.

“기성용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나 그 선수가 잘못됐을 때 대비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주위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주전 경쟁이 심해질 것 같은데.

“아직 주전 경쟁에 대해서 선수단 내에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내게 더 중요한 것은 경기에 나가지 않는 선수들이다. 그 사람들의 역할 없이 주전으로 나가는 선수들만 있으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베스트 11을 선정하게 되는데 여러 가지 면을 보겠지만 컨디션과 경험이 중요하다. 내겐 모든 선수가 중요하다.”

-감독 취임 후에 구체적인 월드컵 목표를 밝히지 않았는데.

“다 알겠지만 목표는 예선 통과가 아니겠는가.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목표는 예선을 통과하는 게 맞다. 가장 큰 목표다. 나의 개인적인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선수단의 목표가 무엇인지는 확인하지 않고 있다.”

-감독으로서, 지도자로서 스스로에게 몇 점을 주고 싶나.

“내 입으로 말하기는 쑥스럽다. 월드컵 이후에 0점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중요한 것은 경기 결과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어떤 결과를 받더라도 후회 없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싶다. 후회를 남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선수들과 관계는.

“기본적으로 선수들과 익숙함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익숙함에서 나오는 좋지 않은 점은 깨려고 한다.”

마이애미=글·사진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