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 후보들이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단일 후보가 나선 진보진영과 달리 보수진영은 복수 후보가 출마해 표가 분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시교육감에는 진보 단일 후보인 조희연 후보가 보수진영후보인 문용린 현 교육감을 누르고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지키며 당선이 유력시됐던 고승덕 후보는 선거 막판 불거진 딸의 페이스북 글에 치명타를 입고 결국 고배를 마셨다.
서울 뿐 아니라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 교육감은 모두 진보 후보들이 석권했다. 경기는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 후보가 ‘반(反)전교조’ 기치를 내건 조전혁 후보를 눌렀다. 성공회대 설립 당시 초대 학장(이재정)과 사회과학부 교수(조희연)로 동고동락하며 학교를 일궜던 두 사람이 나란히 경기와 서울의 교육 수장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게 될 경우 교육계의 ‘성공회 학파’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 역시 진보단일후보인 이청연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개표과정에서도 진보 후보들의 강세가 확인됐다. 강원 전남 전북 광주에선 진보 성향인 현 교육감의 재선이 확실시된다. 인천 부산 세종 충북 제주 등에서도 진보 후보들이 개표 과정에서 줄곧 앞서나갔다.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에서도 진보 후보들이 선전했다. 부산에서는 진보 단일 후보 김석준 후보가 1위를 달렸고, 경남에서도 진보 단일 후보 박종훈 후보와 보수 단일 후보 고영진 현 교육감이 팽팽히 맞섰다. 충남은 진보·보수 후보가 개표 막바지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을 벌였다.
보수 성향 후보가 1위를 차지한 지역은 대구 울산 대전 경북 등 4곳에 불과했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내세운 보수 단일 후보 10명 중 개표 내내 선두를 지킨 곳은 대구(우동기 후보)가 유일했다.
전국 각지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대거 당선됨에 따라 교육 현안을 놓고 교육부와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여러 차례 교원 징계와 학업성취도 조사 등을 놓고 교육당국과 진보 교육감이 맞서온 터라 향후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 집행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조희연·이재정 뜨고 고승덕·조전혁 지고… 교육감 진보 압승
입력 2014-06-04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