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된 4일 박근혜 대통령은 투표하다 투표소에서 야당 참관인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악수를 거부당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신분 확인 때 주민등록증 대신 카드를 내밀어 웃음을 유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전투표에 참여해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은 와병중이라 투표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은 알다시피 고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회색 재킷에 회색 바지, 회색 구두를 신고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서울농학교 강당의 청운효자동 제1투표소에 들어섰다. 첫 번째 서울시장 등 석 장짜리 투표용지에 기표를 마친 박 대통령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여기다 넣으면 됩니까”라고 묻고 투표함에 자신의 선택지를 넣었다.
두 번째 비례대표 정당 등을 선택하는 넉 장짜리 기표용지를 받아 들고서 그는 줄을 섰다. 앞 사람 기표를 마칠 때까지 투표용지를 세어보며 살짝 미소도 선보였다.
문제 장면은 퇴장할 때 나왔다. 박 대통령은 투표를 마친 뒤 기립한 투표 참관인들과 한명씩 차례로 악수했다. 그런데 맨 마지막에 앉아있던 한 남성은 일어서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무언가를 물었는데, 이 남성은 “참관인입니다”라고 한마디만 했을 뿐이다.
얼마 후 이 남성은 트위터에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노동당 소속 투표참관인 김한울씨였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투표를 마친 후, 무책임하고 몰염치한 자가 어울리지 않게 대통령이랍시고 악수를 청하는 게 아닌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악수에 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순간, 셔터가 연달아 터졌지만 춘추관의 보도통제로 그 사진이 보도되지는 않을 듯 싶다”라고 덧붙였다. 아니다. 이렇게 보도를 한다.
정치적 반대자에게 악수를 거부당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정치 선진국에선 드물지 않다. 정색하고 “아니 감히 대통령에게!”라고 흥분하는 게 더 촌스럽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날 오전 자택이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1동 제3투표소에서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투표했다. 이 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등장한 건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처음이다.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도 조화만 보냈고, 공식 조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그 조화마저 유가족들의 반대로 분향소 밖으로 내보내지는 수모를 당했다.
이 전 대통령은 투표 전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에서 주민등록증 대신 신용카드를 꺼내 보였다. 다행히 관계자들이 웃음을 터뜨려 유머러스하게 넘어갔지만, 보기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투표를 마친 후 논현동 주민들에게 인사를 건낸 뒤 투표소를 빠져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이날 투표권을 행사한 주인공이 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달 사전투표를 마쳤으며,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은 병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일보DB. 이명박 전 대통령 투표 장면은 2012년 대선 당시 자료화면.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