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이름’ 허리케인이 ‘남자 이름’보다 세다?

입력 2014-06-03 16:48

‘여성 이름이 붙은 허리케인이 남성 이름을 가진 허리케인보다 훨씬 파괴력이 크다?’

미국 USA 투데이는 2일(현지시간) 섀런 섀빗 일리노이대학 마케팅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국립과학학술원회지(PNAS)에 실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남성명이 붙은 허리케인을 더 두려워하지만 실제로 많은 생명을 앗아간 허리케인은 여성명이 부여된 것이었다는 보도했다.

연구진은 1950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94개 이름과 피해 정도를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남성명이 붙은 허리케인이 보통 15명의 목숨을 빼앗은 반면 여성명 허리케인은 3배에 육박하는 42명의 사망자를 냈다.

섀빗 교수는 “남녀 간 힘의 차이에 따른 고정관념 탓인지 사람들이 ‘벨’(Belle)이나 ‘신디’(Cindy) 등 여성명이 붙은 허리케인이 덜 위력적이라고 생각한 결과”라며 “여성명이 달린 허리케인이 오면 굳이 대피처를 찾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일리노이대학 학부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보니 알렉산더, 크리스토퍼, 빅터 등 남성명이 붙은 허리케인보다 알렉산드라, 크리스티나, 빅토리아 등 여성명이 달린 허리케인을 덜 센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프 라조 미 국립대기연구센터(NCAR) 연구원은 이번 연구가 통계 오류에서 비롯돼 오해 소지가 많다고 비판했다. 라조 연구원은 “인구 사회학적 특성, 개인 또는 가족의 대처 능력, 문화적 측면, 과거 경험, 정보 취득의 여부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허리케인의 피해가 결정된다”고 반박했다. 세계기상기구는 허리케인에 여성명만 붙이다가 성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1970년대 후반부터 남녀 이름을 번갈아 붙이고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